기획재정부가 내년 지출 예산을 올해(추가경정예산 기준 679조5000억원)보다 30조원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8일 파악됐다.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예산을 전년 대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급격하게 이뤄진 재정 확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기재부는 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고 내년도 예산안부터 바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40조원대를 목표로 내년 예산안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내년 예산은 올해 추경예산 대비 30조원 이상 줄어든다. 정부 역사상 지출 예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0년 단 한 번뿐이었다.

기재부는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 대비로는 내년 예산 증가율을 5%대로 낮출 방침이다. 과거 정부의 본예산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 5.9%, 박근혜 정부 4.0%, 문재인 정부 8.7%였다. 기재부 방침대로면 윤석열 정부가 처음 짜는 내년 예산은 문재인 정부 때보다 증가율이 훨씬 낮아지고 이명박 정부 때와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예산 감축과 함께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애초 내부 방침으로 10조~12조원 규모를 고려했지만 이보다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12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으로는 건전재정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을 올릴 때 올해 예산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당초 정한 지출 한도 외에 추가 예산 요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신규 사업 예산이 필요하면 기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을 깎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기재부는 잘 사용하지 않는 국가 보유 토지·건물은 최대한 매각해 재정에 보태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5년간 16조원+α 규모의 국유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정환/정의진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