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50억원 넘는 규모의 가상자산을 불법으로 상속·증여받은 경우 법정 세금 부과 가능 기간인 15년이 지나도 과세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을 통한 상속·증여세 탈루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P2P) 등의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상속·증여받은 경우를 상속·증여세 부과제척기간 특례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부과제척기간은 정부가 세금의 결정과 경정 결정 및 부과 취소를 할 수 있는 기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과세당국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다만 부과제척기간 특례 대상이 되면 정해진 기간이 지나도 과세당국이 불법 상속·증여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1년 동안 세금을 걷을 수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일반 세목은 부과제척기간이 신고 의무 기한일 다음 날로부터 5년까지지만, 상속·증여세는 10년이다. 특히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았을 땐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상속·증여세 부과제척기간 특례에 해당하는 유형이면 15년이 지나도 정부가 해당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1년간 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상속·증여세 부과제척기간 특례 대상에는 재산가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국외 재산이나 유가증권, 서화, 골동품 등을 상속·증여받는 경우가 포함된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이후 상속·증여되는 가상자산에 새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의 경우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충분히 자료를 파악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나 개인 간 거래는 상대적으로 자료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특례 대상에 넣어서 관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과세당국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5년부터 시작할 예정이지만, 가상자산 상속·증여에 대해서는 지금도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을 상속·증여받는 사람은 원화 거래가 가능한 4대 거래소의 해당 자산 두 달 평균 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4대 거래소에서 전혀 거래되지 않는 가상자산은 다른 거래소에서 공시한 거래일 일평균가액이나 종료시각 공시 시세 가액 등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가액이 기준이 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