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국내 코인마켓 오케이비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8일 발표했다. 해외 암호화폐 사업자가 국내 거래소를 사들인 첫 사례다. 암호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사업자들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떨어지자 그동안 현금을 쌓아둔 대형 거래소들이 해외 각국의 사업자들을 적극 인수하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크립토닷컴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최근 오케이비트의 등기임원 변경신고를 신청했다. 지난 6월 오케이비트의 지분을 이미 인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등기임원 변경신고는 사전허가가 아닌 사후신고로 돼있어 지분 인수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라며 "한국에서 제품 및 서비스 출시를 위해 규제 기관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립토닷컴은 8일 기준 24시간 거래량이 업비트의 5분의 1수준(2억480만달러)인 홍콩계 암호화폐 거래소로 총 222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돼있다.

크립토닷컴은 오케이비트와 함께 국내 전자금융업자인 피앤링크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비자와 연계해 암호화폐 체크카드 등의 사업을 펼치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결제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케이비트의 경우 실명계좌가 없는 코인마켓인데다 관련 결제사업을 하려면 사업 변경신고도 거쳐야하기 때문에 구체화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할 경우에는 일반 금융사와 달리 주주 변경에 따른 신고의무는 없다. 등기임원 변경신고를 통해 경영진의 금융법 위반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 해외 거래소들이 단기간에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를 인수할 수 있는 이유다. 앞서 해외 거래소인 FTX도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