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재 서울대 교수
이유재 서울대 교수
A 회사가 최근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그 회사 다니는 직원에게 “축하한다. 좋겠다”고 했더니, 대뜸 돌아 오는 답. “사장이 좋지. 우리가 좋은 게 있나요? 이제 일만 늘어나겠네요” 이래서는 직원들이 함께 회사 걱정을 하고 기쁨을 나누길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과 직원 모두 중요하다.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만 고객이 아니다. 직원도 고객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외부고객이고, 직원은 내부고객이다. 직원을 고객으로 보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내부마케팅이다.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일할 맛 나게 하는 것이다.

내부마케팅은 경영진이 직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창업주 허브 켈러허는 “직원, 주주, 고객 셋 중에서 직원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원을 드높이고 존중하고 보살피고 보호하면, 만족한 직원이 고객을 세심하게 보살펴 다시 찾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주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직원, 고객, 지역사회, 공급자, 투자자 순으로 중요하다” 레스토랑 재벌인 대니 마이어의 말이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 직원이 고객에게 잘 하길 원한다면 우선 직원에게 잘 해야 한다. 직원이 제대로 대우를 받아야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신사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입니다(we are ladies and gene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 탁월한 서비스로 명성을 떨치는 리츠칼튼 호텔의 슬로건이다. 직원을 하인처럼 취급하면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희생양 서비스’는 오래 가지 못한다. 직원이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화수분 서비스’가 필요하다.

내부마케팅을 위해서는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 경영진만 말하고 직원들은 위만 쳐다보는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이 필요하다. 워라밸을 포기하며 성장해온 경영진은 MZ세대에게도 같은 것을 기대하지만 그들은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직원과의 대화’ 같은 공식적인 간담회는 흔히 경영진이 생색내는 겉치레 행사 또는 회사 상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로 전락한다. 경영진은 귀와 마음을 열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직원의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명심하라. 때로는 딱딱한 간담회보다는 차 한 잔을 함께 하는 자리가 직원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소통의 중요성은 애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에서도 드러난다. 경영학자 제리 하비는 무더운 여름 날 에어컨도 없는 낡은 차를 타고 가족들과 애벌린이라는 곳에 식사하러 갔다 온다. 살인적인 더위에 모두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엄청나게 고생하고 식사도 엉망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얘기해 보니 정작 애벌린에 가고 싶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이 별 생각 없이 “애벌린에 갔다 올까?”라는 말을 던진 것인데, 사람들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냥 따라간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조직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최고경영자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회사의 전략이나 방침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기에 어느 조직이든 리더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모두 동의한다고 착각해도 안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속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상품의 가치를 알리고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CRM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경우 직원들 대부분이 좋은 상품과 첨단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다.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시장이 존재하듯이 기업 내부에도 시장이 존재한다. 대부분 상품은 회사 내에서 먼저 경험된 후 시장으로 나가므로, 내부시장은 1차 시장이다.

직원들이 자사 상품의 가치를 이해해야 그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 마케팅 캠페인에서 약속하는 것을 직원들이 믿지 않는다면, 그 상품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100% 확신해도 남을 설득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자기도 확신이 없는 직원이 과연 고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

직원만족 없이 고객만족은 없다. “신바람 나지 않는 직원은 결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에버랜드와 호텔신라의 대표를 역임하며 고객만족 전도사로 불리던 허태학 사장의 말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직원만족이 고객만족의 전제라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내재적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고객만족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직원이 불만을 느낀다면 진정한 고객만족은 불가능하다.

미국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Safeway)는 슈페리어 서비스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 적이 있다. 직원의 행동 강령으로 고객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기회가 될 때마다 고객 이름을 부르게 했다. 그리고는 미스터리 쇼퍼로 평가해 위반사례가 적발되면 8시간 교육을 받게 했다. 세 번 적발되면 해고하는 삼진아웃제도 실시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직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게다가 직원의 눈맞춤과 미소를 자신에 대한 호감이라고 착각한 남성 고객들의 성희롱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결국 직원의 사기는 폭락하고 파업으로 이어지며 회사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제도의 근본 취지를 직원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며 공감을 얻지 않고 단순히 특정 행동을 강요한 결과다.
세이프웨이는 직원 불만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본 적이 있다.
세이프웨이는 직원 불만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본 적이 있다.
직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이라도 개선할 때 직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SNS상의 언어적 표현 등을 AI로 분석해 직원의 스트레스 및 만족도 변화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 EX)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궁극적으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극대화하겠다는 노력이다.

한국은 2019년 ‘3050클럽’ 조건에 해당되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3050클럽은 1인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은 최하위권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 직원 스스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 자발적 몰입이 직원 행복으로 이어지고 고객 행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직원이 회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고객도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 리더십 전문가인 사이몬 사이넥의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사무실에 인기 숙소를 재현해 여행처럼 즐거운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직원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고 상품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영감을 얻게 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사무실에 아랍 유목민 베두인족 텐트를 재현했다.
에어비앤비는 사무실에 아랍 유목민 베두인족 텐트를 재현했다.
직원들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전거 헬멧 회사 지로(Giro)는 고객이 보낸 사연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끔찍한 사고가 될 뻔 했는데 제 머리 대신에 헬멧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단순히 헬멧을 파는게 아니라 인명구조라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 것이다.

세일즈포스사는 회사의 자본, 제품, 직원 근무시간의 1%를 사회에 기여하는 1-1-1 모델을 운영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한다. 이처럼 우리 회사가 고객을 이롭게 하면서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을 때 직원은 보람을 느낀다.
헬멧 회사 지로는 직원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헬멧 회사 지로는 직원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길 원하는가? 직원들의 주인정신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게 대해 줘라. 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없다면 그것은 경영자의 탓이다. 회사가 고객을 핵심가치로 내세운다면 외부고객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내부고객인 직원도 존중해야 한다.

직원 행복을 위한 내부마케팅, 고객 행복과 기업 성장을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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