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메모리 업황 둔화 전망 속 파운드리 사업 확장 초석
키파운드리 품은 SK하이닉스, 비메모리 사업 다각화 잰걸음
SK하이닉스가 국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키파운드리 인수 절차를 완료하면서 비메모리 사업 확장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하반기 경기 침체에 우려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키파운드리 인수 절차를 공식 완료했다.

지난해 10월 말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천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지 약 9개월 만이다.

이번 인수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왔다.

키파운드리의 모체는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로,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됐다.

이후 2004년 하이닉스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한 뒤 매그나칩반도체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의 충북 청주 파운드리 생산시설만 따로 떼 내 만든 회사가 키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다시 품으면서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2배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하는데 이처럼 쏠림이 심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와 팹리스(설계 전문기업)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비메모리가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만큼 SK하이닉스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반도체 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파운드리 산업은 업황 변동이 심한 메모리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향후 SK하이닉스가 라인 증설이나 추가 투자를 통해 비메모리 사업을 키우고, 이에 따라 비메모리 사업의 매출 비중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파운드리 인수 이후 SK하이닉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영국의 팹리스 기업인 ARM의 공동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ARM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ARM 인수에 성공할 경우 비메모리 분야의 사업 다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반도체의 성장 엔진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파운드리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나노미터) 첨단 공정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의 정상궤도 진입과 함께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공급량을 늘린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달에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공정 1세대 파운드리 양산에도 돌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