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홀랜드 공장 직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홀랜드 공장 직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정부가 기업별로 연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20만 대까지만 제공하던 보조금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보조금 상한선이 폐지되면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현대자동차·기아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산 원자재 비중이 높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해 미국 내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 혜택의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배터리시장 성장 기대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이르면 이달 통과시킬 예정이다. 미국은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한 대당 7500달러(약 98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원한다. 상한선은 제조사별로 전기차와 PHEV를 합쳐 연간 20만 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이 상한선을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 기업이 연간 2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차 132만3613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제너럴모터스(27만9240대), 도요타(20만5656대)도 상반기에만 20만 대를 훌쩍 넘겼다. 포드도 18만9278대를 판매해 조만간 20만 대를 넘어선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에서 각각 6만 대를 팔아 20만 대 한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책이 바뀌는 만큼 판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자체가 늘어나면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실적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 해당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배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공장을 3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GM이 내년 출시할 계획인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의 사전 예약 대수는 연초 11만 대에서 현재 15만 대를 넘어섰다. SK온이 배터리를 납품하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사전 예약도 20만 대에 달한다.
美 원자재 써야 전기차 보조금…中 배제 법안에 韓배터리 '방긋'

배터리 공급망에서 中 제외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번 법안으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배터리 원자재의 채굴·제련 국가와 생산거점 두 가지가 전기차 보조금 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2024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원자재(리튬, 니켈 등) 비중이 40% 이상인 배터리를 탑재해야 전기차 보조금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2027년엔 80%로 강화된다.

나머지 절반인 3750달러는 북미에서 생산한 부품(소재) 비중이 50% 이상(2024년 기준)인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여야 지급한다. 2029년엔 이 비중을 100%로 올린다. 이 기준을 충족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 7500달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전기차 보조금의 새로운 조건은 중국과 러시아 등을 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분석된다. 한국 배터리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 CATL과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LG화학 등 국내 소재 기업들은 북미에 제조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보조금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리튬과 니켈 등 원자재 원광을 70% 이상 중국에서 제련하고 있어 대체 공급망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