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에서 오프닝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꾸준히 가능성이 흘러나온 삼성과 LG의 이른바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동맹'이 결렬됐다. TV용 올레드 패널 공급을 두고 6개월 넘게 이어온 두 회사의 대화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2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삼성전자와의 올레드 패널 공급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김 CFO는 "신규 고객(삼성전자)이 저희 올레드 패널을 사용하고자 했다. 상당 부분 진행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 상황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최대 TV용 디스플레이 기업인 LG디스플레이의 협상은 전자업계 경쟁사 간 '올레드 동맹' 성사 여부에 관심이 컸다. 양사는 올 초부터 협상을 벌었지만 결국 가격과 수량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주로 생산하다가 올해 3월 북미와 유럽 시장에 올레드 TV 신제품을 출시했다. 2013년 올레드 TV 사업에 진출했다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 등으로 사업을 접은 지 9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올레드 TV 패널을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작년 말부터 공급받아왔지만 삼성디스플레이에서만 단독으로 공급받기에는 수량이 부족해 LG디스플레이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양사 최고경영자들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업계에선 양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당사자가 협상 중단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 차세대 패널 'OLED.EX'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차세대 패널 'OLED.EX' [사진=LG디스플레이]
두 회사가 동맹을 맺으면 '윈-윈'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급성장 중인 올레드 TV 시장에 진출하며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고 LG디스플레이도 세계 1위 TV 제조사를 고객사로 맞는 게 큰 호재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양사의 협상 결렬은 가격과 수량 이외에 자존심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내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 흘러나놨다. 삼성전자가 LCD 계열인 네오 QLED를 주력 프리미엄 라인으로 내세웠고, 올레드 계열인 QD-OLED TV도 출시한 마당에 굳이 W-OLED TV를 라인업에 포함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이 시각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디스플레이 패널로, 삼성전자는 이를 채용한 QD-OLED TV를 지난 4월 해외에서 출시했다.

다만 양사 간 올레드 패널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며 추후 협상이 재개될 여지도 남아있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