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간 이자 비용으로만 3000억원을 썼을 만큼 재무 상황이 안 좋았던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14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면서 ‘곳간 사정’이 나아졌다는 설명이다.

"주인 바뀌고 주머니 사정 좋아졌네"…현대두산인프라코어, 14년 만에 배당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27일 “2022년 사업연도에 현금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배당 성향 또는 시가배당률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배당 성향은 19.6%, 시가배당률은 2.2%로 추정된다. 올해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1567억원)를 감안하면 주당 150~160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2008년 기말 배당으로 주당 150원을 지급한 이후 지금까지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010억원으로 작년보다 13.8% 늘어날 전망이다. 올 2분기엔 매출 1조1880억원, 영업이익 866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주력 시장인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물류를 봉쇄한 영향이다.

굴착기와 엔진, 발전기를 생산하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05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두산그룹 계열사였다. 이 회사는 2007년 두산밥캣 인수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조(兆) 단위’ 차입금을 조달했다. 2015년 말 총차입금이 6조217억원에 달했다. 연간 이자 비용도 2013년에 3000억원을 웃돌았다. 벌어들인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도 빠듯한 만큼 배당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전후로 인적 분할과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재무구조도 급속도로 좋아졌다.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은 219%를 기록해 작년 말보다 30.12%포인트 떨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배당이 가능한 이익을 확보해 이 중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