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IPO(기업공개) 대어’로 평가받는 2차전지 분리막 업체 더블유씨피(WCP)가 공모 일정을 한 달 반 뒤로 미뤘다. 최근 IPO 시장의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돌아서자 2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공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앞서 또 다른 IPO 대어인 쏘카도 같은 이유로 공모 절차를 늦췄다.

더블유씨피는 27일 금융감독원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일정을 한 달 반 뒤로 미뤘다. 수요 예측일은 당초 다음달 1~2일, 일반청약은 8~9일이었지만, 각각 9월 14~15일과 20~21일로 연기했다.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기업가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8만~10만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2조7000억~3조4000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2분기에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던 만큼 이를 증권신고서에 반영해 회사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공모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더블유씨피는 2019년 이후 매년 영업이익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6% 감소했다. 올초 불거진 물류대란으로 인해 해상운송이 아니라 항공운송으로 납품을 이어가면서 운송비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2분기 들어서는 해상운송이 정상화되면서 수익성이 회복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향후 구체적인 2분기 실적을 담은 정정 보고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더블유씨피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추정치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이 추정치를 뒷받침할 실적을 확인하려는 기관투자가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671억원이었던 EBITDA가 올해 903억원, 2023년 1254억원, 2024년 2284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차량공유업체 쏘카 역시 기업설명회 과정에서 당초 8월 1~2일 진행하려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8월 4~5일로 늦췄다. 희망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을 유지했다.

역시 2분기 실적을 확인하고자 하는 기관투자가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란 설명이다. 매년 영업손실을 내던 쏘카는 지난 15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올해 2분기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쏘카는 유가증권시장 1호 유니콘 특례 방식으로 IPO를 추진 중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수년간 성장성을 근거로 각종 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IPO 기업 중 대다수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기관투자가의 눈높이가 한층 깐깐해졌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