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싱크탱크 –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뒷줄 왼쪽부터) 이승교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배용만 변호사, 이준기 변호사, 박준기 변호사, 최진원 변호사, 임혁진 변호사
(앞줄 왼쪽부터) 이연우 전문위원, 김지이나 변호사, 정연만 고문, 권석천 고문, 이건기 전문위원, 김현아 변호사.사진=김기남 기자
(뒷줄 왼쪽부터) 이승교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배용만 변호사, 이준기 변호사, 박준기 변호사, 최진원 변호사, 임혁진 변호사 (앞줄 왼쪽부터) 이연우 전문위원, 김지이나 변호사, 정연만 고문, 권석천 고문, 이건기 전문위원, 김현아 변호사.사진=김기남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글로벌 규제 도입이 속도를 내면서 법무법인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20년 말 ESG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5월 ESG랩을 정식 팀으로 발족했다. ESG랩은 M&A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이준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법무 및 M&A, 환경, 금융, 에너지, 노동,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등 각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모인 팀이다.

ESG랩은 로펌이 기존에 제공하던 컴플라이언스 자문, 리스크 관리, 전략 및 운영 자문 등에 ESG를 결합해 최근 요구되는 ESG 경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M&A 실사 항목에 새롭게 추가된 ESG 지표 관리에 필요한 법무 및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기업공개(IPO) 전 단계에서 투자자의 필수 점검 대상으로 등장한 ESG 준수 여부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ESG는 결국 이사회 차원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관리와 직결된다”며 “리스크 관리도 평판과 비재무 등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나눔채널

ESG랩은 분야별 전문가와 외부 환경 전문 컨설팅팀, 자문사들과 함께 원스톱 컨설팅을 제공한다. ESG는 산업별, 제품별, 지배구조 유형별로 특수성이 큰 분야다. ESG랩은 기술적 측면을 보강할 수 있는 외부 전문 기업과 공동 대응하는 솔루션 패키지로 각 기업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부적으로는 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ESG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소속 전문가들에게 법무 외에도 다양한 정보 및 지식 확장 교육 등을 지원한다.

ESG랩은 기업 실무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인 ‘B-ESG 나눔채널(이하 나눔채널)’을 운영한다. 기업에서 ESG를 담당하는 실무자 간 정보 공유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나눔채널은 태평양이 진행하는 웨비나 참가자 중 신청자를 받는다. 월 2회 온라인 모임을 통해 최신 ESG 동향과 기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을 벌인다. 외부 전문가와 함께하는 스페셜 세션을 통해 솔직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눈다. 나눔채널은 업종을 초월한 실무자 네트워크를 통해 비즈니스 매칭, 아이디어 확장 등 여러 시너지를 내고 있다.

태평양은 기업과 꾸준히 소통하며 ESG 경영의 확산 방안을 함께 연구한다. 이 전문위원은 “ESG는 현장에서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톱다운 형식으로 목표가 세워져도 현장 단계에서 ESG가 우선순위를 갖고 업무에 녹아들려면 내재화와 내부 확산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환경, 특히 에너지 분야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ESG랩은 에너지 관련 법률 이슈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승교 태평양 ESG랩 변호사는 “태평양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국내외 신재생에너지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규제·투자·분쟁해결 자문을 도맡아왔다”며 “주요 국정 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 생태계 강화 및 새로운 에너지 믹스 정책에 따른 법률 이슈에 대응하는 데 태평양의 풍부한 경험과 높은 이해도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ESG 가치를 직접 실현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2020년 페이퍼리스, 친환경 물품 사용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지난해 페이퍼리스 제도를 통해 종이 사용량을 47% 감축했다. 또 변호사들의 법원 이동수단으로 15인승 버스를 셔틀 형태로 제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량을 줄였다.

사회 공헌 활동도 이어간다. 태평양 내부에 ‘BKL 공익위원회’를 출범하고 국내 로펌 최초로 공익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 및 약자를 대상으로 공익소송과 자문, 법률지원, 제도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태평양은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유한법무법인 체제로 조직을 변경했다. 기업회계 기준에 의한 회계 공개로 투명하고 공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했다.

[인터뷰]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

“ESG, 세분화된 방식으로 진화할 것”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전문위원.사진=김기남 기자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전문위원.사진=김기남 기자
-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어떤가.

“환경법 강화로 환경범죄단속법 등에 의한 단속과 제재가 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진 케이스는 없다. 위법 사항에 대한 조치는 다수 발견되고 있다. 또한 기업 내부감사의 경우 높아진 국민의 의식 수준에 맞춰 강화되는 추세다. 소비자나 주주들이 문제 삼는 부분이 확대되고 사후 대응에 대한 요구사항도 구체적이며 강화되고 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평판과 재무 리스크는 물론 소송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 새 정부 출범 이후 ESG 경영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국내외 여러 상황이 맞물려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본다. ESG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 인력의 재배치 등 ESG 경영을 위한 속도 조절은 기업에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다. 경영진은 임기 동안 ESG 관련 사업이 성과를 낼 수 있느냐를 우려한다. 이러한 부담감이 과감한 의사결정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실무진은 기획과 이행, 내부 확산의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술 표준과 검증시스템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유관 부서와의 소통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기업들은 속도에만 집착해 ESG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내외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톤을 조절해야 한다. ESG 속도조절론은 ESG 경영이 주춤하거나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회의론이 아니다. ESG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를테면 러·우전쟁으로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SG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예시가 되겠다. 방위산업을 소셜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 내에서 등장하고, 식량 안보 리스크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모델과 관련해 환경 영역이 재조명되는 추세다. 해외 전문가들은 ESG가 하나의 통합된 개념에서 분야별로 세분화된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지 말고 새로운 영역과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 ESG 자문에서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ESG 논의를 예의 주시하면서 ‘한국형’ ESG 모델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ESG 담론은 해당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현지 논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역외 적용 여부 등을 상세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SG 경영이라는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해 기업들은 현재 경영상황 등을 감안한 ESG 속도 조절과 실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각 기업의 상황에 따른 경영상 우려사항을 점진적으로 해소해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자문을 지속할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