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들의 합병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체 인수합병(M&A)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간 경영권을 사고파는 인수 거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적정 기업가치를 놓고 매각과 인수 측 의견차도 심화되고 있어 국내 M&A 시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거래 위축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운영하는 자본시장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상반기까지 집계된 경영권 이전(바이아웃) 거래(발표 기준) 금액은 총 18조6091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 27조8288억원에 비해 약 34%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 SK에코플랜트가 싱가포르 폐기물처리회사인 테스를 인수한 거래(1조2000억원)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조(兆)단위 대형 거래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상반기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3조4000억원)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인수(1조12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8500억원) 등 대규모 빅딜이 잇따랐던 것과 대조된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까지 저금리가 지속되고 유동성이 넘쳐나자 대형 거래에 속속 참여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다. 올 들어선 금리 상승, 증시 하락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현금 지키기’에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3조원 몸값의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 매각에선 유력 후보였던 LG화학 삼성SDI 등 대기업이 일찌감치 검토를 중단했다. 롯데쇼핑도 내부적으로 당분간 M&A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요즘 M&A 시장에서 매각 측은 높은 몸값을 요구하지만 인수 측은 주가 하락 등을 고려해 낮은 가격을 주장하며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M&A 시장은 적어도 2~3개월간 거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