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연 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취약계층 전기료 지원액을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에서 대신 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국제 연료비 상승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여파로 재정난에 빠진 한전을 지원하기 위해 사실상 정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전은 지난해 차상위계층·대가족·장애인·국가유공자·사회복지시설·기초생활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총 5987억원의 전기요금을 깎아줬다.

예컨대 올여름의 경우 기초생활대상자는 월 271㎾h까지 사용해도 전기료를 내지 않고, 가구당 월 2만9600원의 전기요금을 지원받는다. 그동안 이런 지원금을 한전이 부담해왔는데 앞으로는 이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전력기금에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한전이 이 같은 방안을 산업부에 요청했고, 산업부도 이를 검토 중이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기본요금+전력량요금)의 3.7%를 따로 떼 적립하는 기금으로 ‘준조세’ 성격을 지닌다. 정부는 전력기금을 원자력·태양광·풍력 등 전력산업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한전공대’ 운용 비용도 전력기금에서 충당했다.

산업부는 전기사업법 개정 없이 전력기금을 취약계층 전기료 지원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49조는 전력기금을 전력수요 관리사업에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취약계층 전기료 할인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전력기금 사용을 위해선 기재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전은 또 최근 사채 발행 한도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한전은 재정난에 따라 올해 매달 2조~3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내년엔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할 전망이다.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등을 합한 총액의 두 배까지다. 올해 사채 발행한도는 91조8000억원이다.

문제는 올해 20조~30조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사채 발행 한도는 40조원대로 축소될 수 있다. 현재 한전의 사채발행 잔액은 53조2000억원에 달한다.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엔 사채 발행을 못 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사채발행 한도 증액이 불가피한 만큼 한도 증액 방안을 다각도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