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법 개정안이 아니라 ‘세제개편안’입니다. 개정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붙였습니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8일 기자단을 상대로 ‘2022년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매년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을 올해엔 세제개편안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도 법인세와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제를 대규모로 수정하기로 한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변화 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이번 세제개편안이 계획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세제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 등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요한 내용 대부분이 국회에서 법률 개정 없이는 시행될 수 없어 윤석열 정부로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제도는 2019년 도입돼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부동산 정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야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며 종부세 중과 제도를 도입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1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1주택자나 불가피한 2주택자에 대해선 가급적 두터운 보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2주택 혹은 3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불필요한 주택 소비로 과도한 불로소득을 얻는 것까지는 동의하지 못한다”며 “과도한 다주택 보유를 통한 불로소득과 투기는 차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기존 종부세제의 틀은 유지하되, 소액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이 12억원을 넘지 않는 경우 적용 세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개편 방향에도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이날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7% 내외”라며 “과세표준이 3000억원 이상인 국내 기업 가운데 법인세율이 높아서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이 단 한 군데라도 있느냐”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 인하는)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이라며 “소수 재벌 대기업 등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세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산층 유권자에게 혜택이 주로 돌아가는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 방침에는 민주당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 의장은 “소득세 개편안에 대해선 별다른 이의가 없다”고 했다.

정의진/오형주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