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대로 배터리 장비산업 수혜 예상…디스플레이 분야는 변화 필요"
사물배터리(Battery of Things·BoT)의 시대다. 이제 모든 것이 배터리로 움직인다. 정보통신(IT)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해온 배터리는 이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로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시장 육성,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로 촉발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파리기후협약, 탄소 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670만대를 기록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6년 최대 2885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평균 최대 34% 성장이다. 배터리 셀 출하량 역시 작년 약 406GWh(기가와트시)를 기록한 이후 2026년 최대 1674GWh로 연평균 최대 33%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의 5개 주요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동박 시장 성장률 역시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 아래에서 향후 배터리 공급망의 예상 시설 투자 규모는 막대한 수준이다. 배터리 셀 산업의 경우 작년 글로벌 출하량은 약 406GWh 수준이다. 2025년 글로벌 예상 수요인 최대 1324GWh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3년간 필요한 누적 투자금액은 최대 46조7000억원이다. 양극재 산업의 경우, 작년 글로벌 출하량은 약 82만5000t 수준이다. 2025년 글로벌 예상 수요인 최대 211만9000t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3년간 필요한 누적 투자금액은 최대 7조3000억원이다.

이외 주요 소재 산업의 투자 규모를 포함해 배터리 셀 및 5개 주요 소재 산업의 향후 3년 합산 누적 투자금액을 추산해 보면 최대 86조1000억원 수준이다. 3년 약 70조원 내외의 투자뿐만 아니라 장기간 구조적인 투자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장비 산업의 수혜는 명약관화하다. 특히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내 합산 시장 점유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가운데 미국 및 유럽 시장의 경우 한국 업체들이 지역 내 배터리 투자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장비 산업의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TV 및 스마트폰 등 전방 시장의 수요 성장 정체된 국면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생산을 중단하거나 절반 이하로 줄인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판매량이 여전히 글로벌 시장 내 각각 1, 2위 수준이라는 것은 국내 패널 메이커들의 차세대 패널 투자 니즈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패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국 의존 탈피 수요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제품 차별화 수요가 궁극적으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설비 투자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판단한다.

한편 여전히 OLED 침투율 1% 미만에 불과한 노트북과 태블릿 등 IT 기기의 OLED 패널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애플 역시 맥북 및 아이패드의 OLED 패널 채택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국내 OLED 패널 메이커들의 8.5세대 OLED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며 OLED 장비 산업 수혜가 전망된다.

다만 각 세트 시장의 대수 기준 시장 규모가 스마트폰 13억대, TV 2억대, PC 3억대 수준에서 정체된 가운데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 역시 구조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장비 투자 수요를 견인해온 스마트폰 OLED 시장의 경우 OLED 침투율이 40%를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 투자 수요는 과거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비 기업들의 경우 디스플레이 장비보다는 상기한 배터리 및 반도체 등 성장 산업으로의 장비 포트폴리오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