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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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으려던 직장인 박인찬 씨는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불고기버거 세트 가격은 6600원으로,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보다 햄버거 가격도 너무 올랐다"며 "점심에 간단하게 사 먹기에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박 씨가 햄버거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른 탓이다. 하지만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분쟁의 최전선은 우크라이나의 가장 풍부한 밀 농장과 인접해있는데, 해당 밀 농장은 매일 러시아 군대의 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심지어 해당 농장에 박격포가 쏟아지면서 건물이나 장비도 피해를 입었다.

세계 3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밀 작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햄버거나 빵에 들어가는 밀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물가도 6월 6%를 기록했고, 7월부터는 가스·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7% 이상으로 가팔라질 전망이다.

여기에 환율도 물가 상승을 이끌 전망이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1326.1원에 마감하면서 13년 2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같은 수량의 물건을 사더라도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수입하는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도 오르는 만큼 이는 생산자물가를 밀어 올린 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9%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 추정치인 8.8%를 웃도는 수준으로,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이자 늘어나는 물가연동국채

속절없이 오르는 물가에 지갑은 얇아지고 있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물가 상승 위기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 있다. 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물가연동국채(TIPS)가 그 주인공이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과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손해를 피할 수 있는 헷지 상품이다.

예를 들어, 연 1% 이율인 물가채 100만원 어치를 샀는데 물가가 5% 올랐다면, 물가채 원금은 105만원이 된다. 원금이 불어나면서 연 1%이율에 대한 이자도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총 6만5000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수익률로 따지면 약 6.5%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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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상승이 가속하면서 물가채에 대한 투자는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물가채 거래대금은 올해 상반기(1~6월) 4조665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3조7740억원)와 비교해 23.6% 증가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1조4280억원이 거래됐는데, 이는 2017년 3월(1조479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물가채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접 채권을 매수하거나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등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직접 투자하는 경우, 정부가 채권을 발행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입찰하면 된다. 10만원이나 100만원 단위 단기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물가 하락으로 단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만기엔 원금을 보장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만기가 10년으로 꽤 길고, 기관 간의 거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중간에 팔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엔 지난 6월 10년 만기, 표면금리 1.625%로 246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ETF나 ETN은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 물가채 ETF로는 지난 5월 상장한 KOSEF 물가채KIS가 있는데, 최근 가격도 오름세다. KOSEF 물가채KIS ETF는 지난 15일 10만11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말 상장 후 9만8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초근 10만1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 5일엔 10만1310원으로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상장한 메리츠 인플레이션 국채 ETN과 메리츠 레버리지 인플레이션 국채 ETN도 국내 물가연동채에 투자한다. 이 중 레버리지 상품은 물가채 시세의 두 배로 움직이는 만큼, 높은 시세 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물가채 투자했다면…금리·물가상승률 유심히 봐야

물가채도 채권인 만큼, 금리의 영향도 받는다. 채권가격은 금리가 오를 경우 가치가 떨어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가치가 오르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됐다. 투자했다가 금리 인상 여파에 물가채 수익이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가채의 경우 장기채로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은 단기채보다 적은 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의 경우 만기가 짧은 금리에 밀접하게 연동이 된다"며 "물가 변동 국채 ETF나 ETN 같은 경우는 만기가 6~10년 정도 되는 물가변동국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채금리가 한꺼번에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않는다면 서서히 투자 규모를 늘려가도 물가상승률만큼은 수익률로 수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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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채에 투자했다면 유심히 지켜봐야 할 지표는 물가상승률(CPI)이다. CPI에 따라 수익률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채금리도 장기 금리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다. 물가채 평가 지표인 손익기대 인플레이션(BEI)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지표다. BEI는 10년물 명목 국채금리에서 10년물 물가연동국채 금리의 차이(스프레드)로, 이 수치가 시장에서 예상하는 미래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되는 것이다. BEI는 지난달 2.46%까지 상승한 데 이어 최근에도 2%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 인플레이션 국채ETN 상품과 관련해 홈페이지 '채권형 ETN 알림판'을 통해 KAP 인플레이션 국채 TR 지수와 KAP 국채 10년 TR 지수, 국내 10년 BEI를 매일 공개하고 있으니, 투자자는 참고 지표를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최근 시장 내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물가채 투자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과거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도 주식의 변동성이 컸던 만큼, 물가채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