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한경DB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한경DB
최근 유가증권시장 입성이 무산된 교보생명이 다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이번 IPO가 불발된 데에는 2대 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어피너티)의 책임이 크다고도 주장했다. 반대로 어피너티 측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무산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교보생명은 15일 "IPO 절차 및 일정을 다시 수립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부족한 부분을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교보생명의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미승인 결론을 내린 데 따른 입장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IPO가 무산된 데에는 어피너티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어피너티 측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면서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이후 교보생명의 상장이 지연되자 어피너티 측은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행사가격을 2조107억원(주당 40만9000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관련 갈등으로 소송이 진행되면서 금융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IPO 추진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생명은 "IPO가 본궤도에 오를 때마다 어피너티는 상장을 가로막았다"며 "분쟁이 벌어지기 전인 2018년부터 IPO를 추진해왔는데,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어피너티가 상장이 가시화되자 그해 10월 돌연 가격을 부풀린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했다.

이어 "분쟁 전부터 추진했던 IPO는 숙원사업이자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확실한 수단"이라며 "주주의 3분의 2가 동의한 상황에서 어피너티도 2대 주주로서 책임감 있게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피너티는 교보생명 측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상장 불발의 모든 잘못과 책임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신 회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어피너티는 "IPO 여부와 상관없이 신 회장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FI 측의 주식을 매수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신 회장이 계약을 준수하면 분쟁은 곧 종결된다"고 했다. 이어 "신 회장은 지금이라도 신 회장은 주식가치평가기관을 선정해 주주 간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며 "신 회장이 (IPO 불발을 두고) FI 측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