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 설비투자 규모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35.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 경기가 본격 하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설투자와 유형자산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87곳, 투자금액은 8조3032억원으로 집계됐다. 토지·사옥 매입을 빼고 공장, 기계류 등의 투자만 집계한 결과다. 작년 상반기 59개사가 공시한 투자금액(12조8136억원)과 비교하면 35.2%(4조5104억원) 감소했다. 기업당 투자금액도 954억원으로, 전년 동기(2172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LG이노텍이 유일한 ‘조(兆) 단위’ 투자 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과 기판 소재 등에 1조752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충북 오창 2공장 배터리 설비 증설에 5818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올 상반기 ‘투자 절벽’의 이유로는 얼어붙은 기업경기심리가 꼽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전(全)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4포인트 떨어진 82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2월(76) 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무역수지가 올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도 수출업체 투자심리를 억누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서는 등 시장금리가 고공행진한 것도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경기가 꺾이고 실적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갈수록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