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통위 직후 간담회서 "물가 안정 선제대응 필요"
"물가 3분기말 정점…연말 기준금리 2.75∼3.00% 전망 합리적"
[한은 빅스텝] 한은 총재 "당분간 금리 0.25%p씩 점진적 인상 바람직"(종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2.25%가 중립금리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중립금리는 학술적 개념이고 그 범위도 굉장히 넓다"면서도 "중립금리 큰 범위에서 하단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두 번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경기에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연내 빅스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를 묻자 "물가 상승 전개 과정이 앞으로 몇 달은 6% 조금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3분기 후반부터 약간 상승세가 꺾인다는 가정하에 (이번) 0.5%p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세 기대를 낮출 것이라고 봤다"며 "이 흐름대로 가면 0.25%p씩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한다거나,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면 양방향 모두 우리가 생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물가 상승세가 높아서 지금 기대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 아래가 될지, 3.0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유가,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1970년대 1~2차 유가 파동 이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6%,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며 "이러한 고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통해 상당한 경기침체의 고통을 경험하고서야 꺾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에서 각 경제주체가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고 그 결과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돼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도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음주 옐런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통화스와프는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라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양국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했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