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진정세에 들어갔지만, 한국·싱가포르·필리핀·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경우 하반기에 식품 가격이 가장 많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노무라의 인도·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날 바르마는 아시아 국가들은 정부가 식량 가격을 낮추려고 보조금을 주고 가격 통제를 해 글로벌 움직임에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던 세계 식량 가격이 최근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인상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해외 식량 의존도가 높은 일부 아시아 국가는 식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식량 가격이 3분기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식량 가격 진정세…"한국 등은 올해 3분기에 정점"
그는 필리핀의 경우 식품 순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들어 향후 식품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식품 수입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 인도는 밀과 쌀을 자급자족하지만 폭염과 여타 식품 가격 인상 등이 지속되는 점이 앞으로 식품 가격을 높일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이들 아시아 국가의 경우 "지출의 많은 부분을 식품에 쓰는 저소득 가정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가격은 2분기에 지속해 내렸지만, 가격은 역사적인 고점(高點)이라고 할 3월 수준을 맴돌고 있다.

실제 6월 FAO 식품 가격지수는 식물성 기름·곡물·설탕 등의 가격 하락으로 한 달 전보다 2.3% 내렸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3.1% 높은 수준이다.

6월의 세계식량지수는 154.2포인트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의 159.7포인트를 약간 밑돈다.

FAO 식품 가격 지수에 따르면 6월 곡물 가격은 전달 대비 4.1% 하락했지만, 1년 전보다는 27.6% 상승했다.

6월 밀 가격도 5.7% 내렸지만 한 해 전과 비교하면 48.5%나 올랐다.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28.47%를 차지한다.

FAO는 최근 몇 개월 새 밀 가격이 낮아진 건 북반구 지역이 수확기에 접어들었고 러시아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6월 식물성 기름 가격도 전월 대비 7.6%, 팜유·해바라기유·콩기름 가격도 내렸으며 설탕 가격도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로 전달보다 2.6%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6월 육류 가격은 5월 대비 1.7%, 1년 전 대비 12.7% 상승했다.

유제품도 5월보다 4.1%, 1년 전보다 24.9% 올랐다.

FAO는 6월에 세계적으로 식품 가격이 하락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가격을 높인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식량 가격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