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 인턴' 대신 3일 프로젝트…현대캐피탈 채용 눈길
'티슈 인턴' 맴돌다 '부장 인턴'. 한때 취업시장에서 유행했던 신조어들이다. 몇 년간 인턴만 하면서 경력은 이미 웬만한 기업 간부급이 됐지만 정규직 전환은 되지 못한 채 휴지처럼 쓰고 버려지는 취업준비생들은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이렇게 불렀다.

이런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취준생들의 거부감을 고려해 전통적인 방식의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회사가 다시 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상반기 채용을 채용설명회, 서류전형, 코딩테스트, 온라인 인적성검사, 비대면 면접, 트라이얼 위크 순으로 공개 진행했다. 결과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인턴십 대신, 지원자의 관점에서 채용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입사 1~4년차 사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선 온라인 채용설명회부터 지원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4월 채용 공고 이후 유튜브를 통해 채용 절차 안내, 부서별 직무 소개 등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지원자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선배들이 직접 채용설명회에 나와 직무를 소개하고,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줘 서류전형과 면접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 현대캐피탈의 온라인 채용설명회는 같은 채널에서 진행한 다른 기업들의 설명회보다 동시접속자가 평균 3.5배 더 많았다.

'다대일(多:1)' 화상면접도 진행했다. 직무 부문별로 면접관 네 명이 지원자 한 명을 대상으로 두 세션에 걸쳐 총 40분을 심층 면접하는 방식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일반적인 다대다 그룹면접은 지원자 한 명에게 길어야 10분 남짓 주어지고 질의응답에서 소외되는 지원자도 생긴다"며 "공정하게 모든 지원자가 면접관들에게 최대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대일 면접을 기획했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이 이번에 새로 도입한 '트라이얼 위크(trial week)'도 지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회사가 실무 현장에서 지원자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지원자 입장에서 인턴십에 비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신입사원 채용 절차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트라이얼 위크는 지원자가 원하는 직무부서에서 3일간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이를 평가받는 과정이다. 트라이얼 위크에서 높은 역량을 보여준 지원자는 다른 지원자들과의 경쟁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지원자는 "채용 과정임에도 수평적인 분위기가 보장돼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부서장이나 멘토와도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었다"며 "팀원들과 식사, 티타임을 하며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최종 합격자들이 입사한 이후에도 회사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을 1년여 간 진행할 예정이다. 입문교육과 일대일 멘토링, 그룹 미팅 등 다양한 과정으로 구성됐다.

유승한 현대캐피탈 HR지원팀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회사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오는 9월부터 시행 예정인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은 상반기 입사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채용 프로세스를 지원자 친화적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