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정유업체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한 달 새 10달러대 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제마진 강세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4사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6.13달러로 집계됐다. 5주 연속 20달러를 웃돌던 정제마진이 10달러 선으로 내려온 건 5월 넷째주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을 끌어내렸다. 경기 침체 우려에 두바이유는 지난 7일 4달만에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는 등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졌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약세를 이어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탄소중립이 가속화되면서 석유 정제설비 증설이 대폭 감소한 결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글로벌 정유사들의 설비 순증설량은 올해 130만 b/d에서 2025년 10만 b/d로 급감할 전망이다. 공급부족 여파로 원유에 붙는 프리미엄(OSP)은 내달 9.3달러까지 올라간다. 지난 3월(2.8달러)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7월 기준 미국 휘발유와 디젤 재고는 지난해 대비 70~80%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을 잠글 경우 등유·경유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허리케인 시즌도 문제다. 미국 정유사들의 주요 시설은 대부분 허리케인이 지나는 동부에 몰려있다.

안팎의 변수가 겹치면서 정제마진이 10달러대를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비정상적으로 좋을 예정”이라며 “3분기에는 유가 하락분이 반영돼 그만큼 재고손실이 나겠지만 4분기에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실적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또다시 횡재세 논란이 불거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해외에서 횡재세 대상인 엑슨모빌을 비롯한 석유 메이저는 석유·가스 광구를 운영하고 정제설비도 하는 만큼 유가가 치솟으면 천문학적 수익을 낸다. 하지만 정제설비만 굴리는 국내 정유사와는 이익구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