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기 불확실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등 하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범 이후 물가 안정에 집중했던 윤석열 정부가 경기침체 대응에 팔을 걷어붙이는 움직임이다.

◆경기침체 우려…민간 활력 살려 극복

추 부총리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기재부 업무보고를 통해 “민생·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경기·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과 투자 활력을 높이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한국은행,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금리 상승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을 다중 채무자나 저신용 채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 물류, 마케팅 등 분야에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액을 당초 계획(261조원) 대비 40조원 이상 확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들은 이달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추 부총리는 “규제혁신을 범정부 아젠다로 격상하고, 경제 규제혁신 TF는 모든 핵심규제가 철폐될 때까지 활동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했던 형벌규정 일부를 행정제재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도 시작한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주에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TF 회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형벌 조항이 있는 법들을 전부 훑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는 또 민간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기재부는 이달 중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업의 조세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낮추고, 4단계인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반도체와 조선 등 핵심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시설투자와 인력양성,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업계 인력난 애로 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한다.

금융·외환시장, 가계부채, 취약차주 등도 면밀히 점검·대응하기로 했다.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청년·서민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채무조정과 저금리 대환대출 등을 통해 소상공인 부채도 연착륙시킨다는 방침이다.

◆관행 깬 독대 형식 업무보고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공공기관 개혁 방안 등도 업무보고에 포함시켰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재원을 국정과제 및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재투자하겠다고 보고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방만경영 혁파 및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기재부가 직접 경영감독을 하는 기관을 줄이는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안’을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현재는 기재부가 130개 공공기관(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를 하는데, 앞으로 주무부처가 평가하는 기관 수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이날 업무보고는 대통령과 장관의 독대 형식으로 이뤄져 관가의 관심을 끌었다. 예년에는 장관과 차관, 실·국장 등이 모두 업무보고에 참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장관 외 참석자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많은 인력이 업무보고에 동원되는 비효율을 차단하고, 장관과 깊이 있는 논의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기재부 실무자 없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만 배석한 채 추 부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11일 기재부를 시작으로 12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15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를 한다.

도병욱/좌동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