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7일 하남시청에서 ‘중기 규제발굴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7일 하남시청에서 ‘중기 규제발굴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 제공
"그동안 정부가 장마철 비쏟아붓듯이 규제를 만들어낸 것이 문제"(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

“정부 인증에 6개월이상 걸려 방학기간 승강기 공사를 못 끝내 학교와 학부모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최강진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7일 경기 하남시청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규제발굴 현장간담회’는 업종별 대표들의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대표 30여명은 정부의 각종 인증·검사 부담, 산업단지 입주제한, 친노동규제 등에 대해 실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자도 '규제 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고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으로 과거와 달리 적극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산업단지 입주 제한 규제 풀어달라

중소기업들은 산업단지 입주제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배종국 인천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8년간 지자체와 지방의회, 국회에 건의했지만 정비업자는 입주제한 업종으로 규정돼 입주를 거부당해왔다"며 "많은 입주 기업들이 수km밖으로 가서 정비를 받느라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대구국가산단의 경우 산업계 필수 소재인 질소 탄산 등 산업용가스 충전 제조업체들이 입주를 수차례 추진했지만 계속 국토부에 거절당하고 있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인체 환경 유해성이나 사고 가능성이 낮음에도 민원을 우려해 허가를 안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산업단지내 일정구역에 대해 업종제한을 완화하는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운수·창고, 수리·세탁 등이 여전히 제한되고 있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산업단지 노후화와 공동화 현상도 심각하고, 기업들도 공장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하고 있는 추세인데 입주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산업입지의 경우, 산업부에서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활용을 꺼리고 있어 산업단지가 슬럼화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동률 50%... 외국인 노동자 공급 확대 급선무

김동현 경기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뿌리기업 핵심 산업인 주물산업에서 세계 8위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현재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안돼 공장가동률이 50%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한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입사 후 6개월내 2명 중 1명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다"며 "과도한 변경으로 정작 어려운 업무에는 일할 외국인근로자가 없어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현대로템에 제대로 납품하지 못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인력이 부족한 데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밤샘작업도 할 수 없어 최근 납품 애로를 호소했다"며 "중소기업 전반에 크고 작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중복 인증 부담에 검사받는데 '하세월'

최강진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유럽은 강제 인증 승강기 부품 수가 6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20개나 된다”며 "승강기 부품에 대한 인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완성품에 대한 인증신청도 불가능해 납기지연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강기 인증심사의 경우 평균 신청 및 심사기간이 2.5개월 소요되는 데 이를 최대한 단축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승강기문 방화시험의 경우 6개월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기문은 국토교통부의 고시에는 인증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운영 지침이 개정되지 않아 여전히 인증을 하고 있다. 그는 "방학기간 중에 승강기를 철거·교체해야 하는 학교는 기간내 완료 할 수 없어 어린이나 흴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학생들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한 방화시험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유럽에서 인증제도를 들여왔는데 유럽처럼 동일하게 덩어리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가장 답답한 규제가 여러 부처에서 중복된 인증을 요구하고 절차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여기에 드는 비용이 준조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라며 "LED 조명의 경우 와트별로 전부 전자파 인증을 받아야 하고 그 종류도 7개에 달해 업체당 매년 1억원 이상을 인증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LED조명업계의 경우 미국에선 3개 인증만 받아도 되지만 국내에선 12개 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특히 LED업계는 업계 전체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환경부담금에 대한 애로를 호소했다. 김복덕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환경 유해성도 제대로 입증이 안된 상태에서 업계와 공청회 한번 열지도 않고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LED 판매물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연간부담하는 비용이 업계 전체가 연간 벌어들이는 영업이익(200억~300억원)과 비슷하다"고 호소했다.

타워크레인업계는 잦은 검사 주기(6개월)를 1년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상길 이사장은 "과거엔 검사하는 데 15일 걸렸는데, 최근엔 2개월이 걸린다"며 "검사 일정에 따라 모든 타워크레인 공정을 한꺼번에 맞추려다 보니 사고가 더 잦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실효성이 없는 인증 품목만 늘렸다"며 "너무 잦은 국토부 관료들의 순환보직으로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 레미콘 운송차량 공급 제한에 운반비 134%폭등

레미콘업계는 국토교통부가 13년째 레미콘 믹서트럭 신규 등록을 중지하면서, 운반비 급등, 운송 차질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레미콘 트럭 임대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13년간 차를 한대도 늘리지 않아 공장당 트럭보유대수는 평균 3.7대가 감소했고 수급차질로 운반비가 134.2%급등했다"며 "전국 레미콘업계의 75%인 722개 업체는 심각한 생존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미콘 트럭 수급 조절 권한의 지방자치단체 위임을 건의했다. 그는 "왜 지자체가 레미콘 공장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데, 차량수급권은 국토부가 쥐고 있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 긴박한 상황...이전 정부와 다르다. 꼭 성과물로 보여줄 것"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상황이 정말 어렵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와 전기료, 인건비 등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데,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예산 한 푼 안 쓰면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중기중앙회 전 임직원이 전국의 기업현장을 직접 방문해 구체적인 규제 사례를 발굴하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중기부가 범부처 '경제 규제혁신TF'내 ‘현장애로 해소반’, ‘신산업규제반’ 공동주관 부처인 만큼 관계부처, 기업, 전문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중소기업 활동에 파급효과가 있는 덩어리 규제를 집중적으로 발굴·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관계자들도 예전과 달리 전향적인 자세로 규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단지 입주 제한과 관련해 "네거티브존과 업종제한 규제를 폭넓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공급 부족 문제와 관련해 고용부 관계자는 "제대로 현장에 적시 공급하지 못한 것을 사과드린다"며 "하반기 고용 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수급조절 문제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규제에 대해 선진국에 없으면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원칙 아래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심도깊게 검토해보고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정원 국무조정실 제2차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전 정부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예전엔 검토하는 수준에 그쳤다먼 이번엔 상황이 긴박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시각이 아닌 민간의 시각에서 규제를 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은 이전 정부와 확실히 다를 것이고 꼭 성과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