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매달 비교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6일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문찬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매달 비교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6일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허문찬 기자
“작년에 무조건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라고 해서 예대금리차가 커진 것인데 비판을 받네요.”

금융위원회가 6일 발표한 ‘금리 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한 시중은행 고위임원은 이같이 푸념했다. 정부 방침대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온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위기감은 더 크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다행히 이번 대책에서 신용점수별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기로 해서 한숨 돌리긴 했지만 그래도 왜 다른 시중은행 대비 예대금리차가 높냐는 민원이 빗발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예대금리차 공시제가 실제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증거는 명확하지 않은 반면 금융회사가 짊어져야 할 각종 부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매달 은행별·신용구간별 공시
시중銀 예대금리차 매월 비교…"금리경쟁 유도" vs "은행 길들이기"
은행들은 지금도 분기별 경영공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주기가 긴 데다 개별 은행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해 은행 간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개별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매달 공개하도록 했다.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려는 의도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리 상승기를 맞아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니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자는 게 도입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공시 기준도 바뀐다. 가계대출은 ‘은행 자체 신용등급’(5개 구간)이 아니라 ‘신용평가회사(CB) 개인 신용점수’(1000점 만점)를 50점마다 9개 구간으로 나눠 공시한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 신용점수에 맞는 금리 정보를 은행별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예금금리는 현행 기본금리, 최고 우대금리 공시에 전월 평균 금리(신규 취급 기준) 정보도 공개된다. 특정 은행이 실제로 우대금리를 얼마나 제공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7월 기준 예금·대출 금리부터 비교 공시가 이뤄지도록 최대한 빨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대출·예금 금리산정 체계도 달라진다. ‘고무줄 기준’이라고 비판받던 대출 가산금리 기준을 합리화하는 게 골자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다 인건비 관리비 등 명목의 가산금리를 더하고, 일부 고객에게만 적용하는 우대금리 혜택까지 반영해 최종 결정된다. 금융위는 가산금리에 대해 단일 원가율이 아닌, 대출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차등화한 원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예금금리에 대해서도 일부 고객에게만 적용되는 우대금리가 아니라 기본금리를 매달 1회 이상 조정하도록 했다.
○은행, 낙인 효과 우려에 ‘부글부글’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공시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들이 “낙인 효과가 지나칠 것”이라며 반대하던 제도를 금융위가 결국 강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이날 공개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5년간(2017~2021년) 평균 예대금리차는 2.01%포인트로, 싱가포르(5.11%포인트), 홍콩(4.98%포인트), 스위스(2.98%포인트)에 비해 낮았다. 최근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건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조달·대출 금리 간 불일치가 확대됐고, 작년 가계대출 급증 국면에서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출 자제’를 요구한 탓도 적지 않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의 예대금리차 대신 자신에게 적용되는 대출 및 예금의 금리를 감안해 상품을 선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을 통한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면 지난해 금융산업국이 추진하다 말았던 대환대출 플랫폼이 더욱 실효성이 클 것”이라며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손대는 건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당국 방침과 거리가 멀뿐더러 시장 개입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김대훈/박상용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