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가 단팥빵, 식빵 등 80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인상했다. 작년 초 한 차례 올린 이후 1년 반 만의 가격 인상이다. 글로벌 원·부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를 견디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다.

80여 개 품목 평균 10% 인상

뚜레쥬르도 가격 인상…속도 붙는 '빵플레이션'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는 지난 4일부터 80여 개 품목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단팥빵, 소보로빵, 슈크림빵 등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제품이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6.2%) 비싸졌다.

순식빵(소형 기준)은 2600원에서 2900원(11.5%)으로, 뚱카롱(필링을 많이 채운 마카롱)은 개당 3100원에서 3200원(3.2%)으로 인상했다. 케이크류도 전반적으로 가격을 높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 인상 압력을 끝내 견뎌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빵의 주재료인 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밀은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개월간 38.3% 급등했다. 국내 제분업계가 밀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빵업계는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구조다.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도 연초 대비 10% 이상 올랐고, 계란도 작년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져 가맹점주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국내외 원·부재료 가격 폭등과 가공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뚜레쥬르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제품은 이달 중순부터 가격 인상이 반영될 전망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결정한 권장 소비자가격을 재량껏 판매가에 적용할 수 있다.

“빵값, 하반기가 더 문제”

뚜레쥬르에 앞서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도 지난 1월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1년 만에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빵류와 케이크류 66개 제품 가격이 평균 6.7% 인상됐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산빵(봉지 빵)도 마찬가지다. SPC삼립은 지난해 말 양산빵 22종 가격을 평균 8.2% 높였고, 롯데제과도 지난 5월 8종의 제품 가격을 올렸다.

주요 밀 수출국이 수확기를 맞이하면서 국제 밀 선물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국내 밀 수입 가격은 하반기에도 계속 오를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선물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불러온 상반기 선물 가격 급등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식품업계에선 “쉽지 않겠지만 내년은 돼야 밀 가격 안정세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결단을 내린 건 그만큼 ‘원재료 압박’이 극심했다는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