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엔솔, '리튬이온 종주국' 일본 진격
[단독] LG엔솔, '리튬이온 종주국' 일본 진격
LG엔솔, '리튬이온 종주국' 일본 진격
LG에너지솔루션이 리튬이온 배터리 종주국인 일본의 자동차 업체로부터 잇따라 수주를 따내고 있다. 닛산, 혼다 전기차에 연달아 납품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상용차 업체인 이스즈자동차에 1조원 규모 이상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배터리 종주국 日서 잇따라 수주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즈는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 준중형트럭 ‘엘프’의 전기트럭 모델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중량은 3.5t급이며, 최대 출력은 150㎾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약 150㎞로, 도심 내 단거리 배송에 이용될 전망이다. 이스즈는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엘프를 처음 공개한 뒤 현재 실증실험을 하고 있다. 이스즈는 북미, 호주, 일본, 한국 시장에서 이 트럭을 판매할 계획이다. 친환경 트럭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말부터 논의를 시작해 최근 최종 개발을 완료했다. 내년 차량 출시 시점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한 기업은 소니다. 자사 캠코더, 워크맨 등 전자기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했고, 1991년 상용화했다. 노트북 수요가 커지면서 일본 원통형 배터리 시장도 전성기를 맞이했다. 일본에 배터리 관련 기업이 많고 이들의 소재 기술력이 높은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 연구에 들어간 시점은 소니가 배터리를 상용화한 지 1년 뒤인 1992년이다. 7년간의 연구 끝에 1999년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소니는 배터리를 하나의 부품으로만 인식한 터라 배터리 기술을 중요한 투자처로 여기지 않았고, 2017년 배터리 사업부를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를 생산하는 무라타제작소에 매각했다.

LG그룹은 배터리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판단 아래 적자를 내는 와중에도 뚝심있게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이스즈 수주에 앞서 닛산 ‘아리야’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고, 혼다와는 북미에서 배터리 합작법인 신설을 논의하는 등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 기업 공략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 확대에 소극적인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대부분 물량을 납품하는 상황이라 일본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맞춤전략이 수주 원동력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차량 특성에 맞는 요구사항을 일일이 들어준 점을 잇따라 수주를 따낸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마다 다른 요청에 맞춘 배터리를 손쉽게 양산할 수 있는 데다 설비 규모도 커 단위 규모당 공급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자동차 기업은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르노,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재규어, 테슬라, 루시드, 이스즈 등 20곳 이상이다. 수주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300조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최근 10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지난 3월 기준으로 특허 2만4066건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인 CATL이 보유한 특허 4000건의 6배 이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 적용을 현재 5%에서 10%로 늘리고, 중대형인 ‘4680 배터리(지름 46㎜, 높이 80㎜)’를 내년 하반기 양산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스즈 배터리 납품과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이라 언급할 만한 사안이 없다”고 했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