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쌓으면 레벨업?"…게임하듯 월급 인상에 승진까지 [긱스]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직급제 대신 레벨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성과에 따라 월급 인상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성과주의를 기업에 적용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5일 e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이달부터 성과에 따라 급여가 인상되는 '게임화 레벨제'를 실시했습니다. 레벨제에서는 직원 개개인의 업무성과에 따라 매월 급여를 책정하게 됩니다. 통상 연봉을 1년에 한 번 책정해 매달 같은 월급은 받는 것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입니다.

직원들은 매달 업무성과나 기여도에 따라 경험치를 쌓고, 경험치가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자신의 레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레벨에 오름과 동시에 익월부터 인상된 급여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션을 완료하고 그에 따라 경험치를 쌓는 것이 게임과 비슷해 '게이미피케이션 레벨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레벨은 프로, 엑스퍼트, 마스터, 리더 등 큰 등급에 세부 숫자로 매겨집니다.

앞서 다른 이커머스업계 역시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롯데는 e커머스사업부에 한정해 '커리어 레벨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리, 책임, 수석 등 수직적 직급을 없애고 팀장과 팀원 직책으로 역량에 따라 8단계 레벨을 부여한 것입니다.

신입사원이 수석까지 승진하는 데 13년이 걸렸다면 레벨제에서는 최고 레벨인 8단계까지 올라가는데 7년이면 가능합니다. 근무기간이 9개월만 넘으면 체류 연한과 상관없이 레벨업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레벨은 다른 사람에게는 공개되지 않으며 본인에게만 공개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한경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한경DB
롯데쇼핑이 레벨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e커머스사업부의 실적 부진과 이에 대한 원인으로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가 꼽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김상현 전 미국 P&G 부사장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부회장으로 지목하고 기업문화 쇄신을 주문했습니다.

쿠팡은 사업 초기부터 직급 대신 1~12단계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제를 시행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군은 통상 1~3단계, 본사에서 근무하는 평직원은 4~6단계, 임원은 7단계 이상의 레벨입니다. 성과를 기반으로 한 레벨제인 만큼, 성과에 따라 팀원이 팀장보다 레벨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e커머스 업체가 레벨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하는 업체의 특성상 개발직군이 많아 IT업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꼽힙니다. 또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수직적인 조직보단 수평적인 조직이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했습니다. 성과에 따라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유능한 인재가 몰릴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습니다.

다만 e커머스업계에서는 레벨제 도입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레벨제의 핵심은 '성과주의'인데 과연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마련되어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업의 성장을 고려하면 단기적은 성과 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는데 단기적인 인사평가제도에 파묻혀 오히려 조직 발전에 저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이 레벨제에 밀려 도외시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비판도 새겨볼 만 합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