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만들어지면 남용돼 사회적 비용…조심스럽게 설계돼야"
"재벌 내부거래, 회사법적 규율에 맡겨야…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 폐지" 주장
"경제민주화, 정체 모를 구호…쟁점별 미시적 접근 수반돼야"
공정법 실무 경험 부족…규제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면 필요한 규제 집행 위축 우려도
공정위원장 후보자 송옥렬, 규제 신중론자…규제혁신 총대 메나(종합)
'규제 신중론자'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4일 지명됐다.

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내부거래와 금산분리 등 재벌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플랫폼 자율규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송 후보자는 상법 권위자로 꼽히는 법조인이다.

그는 과거 언론 기고문과 논문 등을 통해 공정위의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그는 2013년 4월 서울신문 칼럼에서 공정위가 재벌그룹의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공정위가 현재 추진하려고 하는 방안은 총수의 사익추구 억지라는 추상적인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균형을 잃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6월 한국경제연구원 기고문에서는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목적이 아닌 내부거래는 대부분 기업집단의 경영상 목적에 따라 이뤄지므로 원칙적으로 통상의 회사법적 규율에 맡기면 될 일"이라며 "총수의 사익추구 억지나 경제민주화라는 구호에 의존해 반사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그는 "공정위 규제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시장의 실패와 함께 정부의 실패도 경고하고 있다"며 "독점규제법은 전형적으로 과소규제보다 과다규제를 선택하고 있지만, 기업집단의 규제에 있어서도 이런 입장이 타당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적었다.

또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 문제(경제민주화 논의)를 단순히 국민 정서나 힘겨루기에 맡길 수 없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정체 모를 구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별 쟁점별로 미시적인 접근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은 다른 글에서도 나타난다.

송 후보자는 서울신문에 기고한 다른 칼럼에서는 "규제의 방식을 선택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시장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남용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것은 모두 사회적 비용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 "규제는 인센티브의 왜곡으로 말미암은 결과를 교정하는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0월 동아일보 기고문에서도 자본시장법에 대해 논하면서 "원칙 중심 규제는 금융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더라도 원칙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어 위기 대응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라며 "자율규제가 잘 작동된다면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자율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 등의 자율규제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송 후보자는 지난해 발표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의 재검토' 논문에서는 금산분리에 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과대학(현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를 지낸 송 후보자는 '상법강의', '회사법', '적대적 기업인수와 경영권 방어' 등의 저서도 펴낸 바 있다.

기업결합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만큼, 취임 시 관련 제도의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송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권오승·정호열 전 위원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법대 교수 출신 공정위원장이 된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법조인 중에서는 처음이다.

역대 공정위원장은 관료 출신이나 경제학 전문가가 많았다.

송 후보자는 서울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졸업하고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외무고시에 모두 합격하는 등 두뇌가 명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 관련 실무 경험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송 후보자 지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결국 자유시장경제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규제의 부정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 집행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현 참여연대 팀장은 "공정위는 대기업 갑질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재벌개혁이나 대기업 갑질 시정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 않아 공정위의 역할이 더 중요한데 규제 완화 일변도로 가면 공정위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들어서면 재벌개혁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경제계로서는 규제가 추가로 강화되지 않으리라고 예상되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