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도, 종중 땅도, 곳곳서 종부세 불만…문재인 정부 5년간 조세불복 2배로 늘었다
부동산 관리업체 A사는 지난해 사원용 기숙사에 대해 수천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받았다. 기숙사는 종부세 부과 때 합산 과세에서 배제되는데 이 기숙사는 건축물대장 용도란에 ‘기숙사’가 아니라 ‘단독주택’으로 잘못 표시되는 바람에 종부세 부과액이 대폭 늘었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경북 구미산업단지에서도 기숙사용 아파트에 종부세가 부과된 사례가 잇따랐다. 이들은 조세불복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한전공대는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종부세를 낸 뒤 조세불복을 신청했다. 한 종중은 다른 사람 소유 건물의 부속 토지만 보유했는데도 토지가 주택으로 잘못 분류돼 과도한 종부세가 부과됐다며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이처럼 종부세 등 과세당국의 조치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문재인 정부 5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경제신문이 4일 조세불복 제도를 운영하는 조세심판원 감사원 국세청 등 3개 기관에 제기된 이의신청, 심사, 심판청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조세불복 신청 건수는 2만1231건에 달했다. 2020년(1만7983건)보다 18.1%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만677건에 비해선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다 종부세를 비롯해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조세 분쟁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별로 보면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1만3025건, 감사원에 4278건, 국세청에 3928건의 조세불복 신청이 접수됐다. 신청 사례를 세목별로 보면 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5배 불어난 종부세에 불만 폭발…위헌소송 진행 중

문재인 정부 5년간 조세불복이 급증한 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세불복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는 2020년 집값 폭등기와 겹친다. 2016년과 2017년 조세불복 건수는 각각 1만600여 건이었고, 2018년과 2019년에도 연간 1만2000~1만3000건 정도였다. 하지만 2020년 1만7983건으로 늘었고 작년엔 2만 건을 넘었다.

기숙사도, 종중 땅도, 곳곳서 종부세 불만…문재인 정부 5년간 조세불복 2배로 늘었다
종합부동산세 납부 인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33만5591명에서 지난해 101만6655명으로 5년 만에 68만1064명(202.9%)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소유자는 1469만7000명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주택 소유자의 약 7%가 종부세를 냈다. 원래 일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도입한 종부세가 국민 상당수가 내는 세금으로 바뀐 것이다.

종부세액은 2016년 1조5297억원에서 지난해 약 7조3000억원으로 4.7배로 증가했다. 특히 한국의 부동산 세금 부담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1.04%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2%를 넘었다. 2018년엔 0.9%로 당시 OECD 평균(1.1%)보다 낮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금 강화와 맞물려 OECD 평균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세 부담이 커지면서 종부세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늘어났다. 조세심판원에는 ‘시행령에서 정해지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부세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다’ ‘종부세와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다른 것은 위법하다’ 등의 심판 청구가 접수되고 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과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등은 종부세 위헌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5600여 명이 공동으로 제기한 종부세 위헌소송은 오는 8일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