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작년 말 이후 6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9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가계대출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대기업 대출 늘 때 가계대출 '뚝'…은행권, DSR 규제 강화로 울상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91조924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82조4093억원) 이후 6개월 만에 9조5152억원 늘었다. 증가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4조736억원 증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증가 폭의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로는 시장금리 상승이 거론된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을 찾는다는 해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AA-(무보증 3년) 금리는 지난 1월 3일 연 2.460%에서 이달 1일 연 4.257%까지 치솟았다. 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다음날인 지난달 17일엔 연 4.468%로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은행권 대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3.35%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비용이 은행 대출 비용보다 많다. Fed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안에 1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9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6521억원으로 조사됐다. 작년 말 709조529억원에서 6개월 만에 9조4008억원 줄었다. 급등한 대출 금리에 부담을 느낀 대출자들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상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종전에는 총대출금이 2억원을 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로 대출받을 수 없었다. 이달 들어선 1억원 넘게 대출받은 사람도 DSR 규제를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전체 대출자의 29.8%, 전체 대출의 77.2%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자 3명 중 1명이 DSR 규제에 묶이는 것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