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등을 반영해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국가는 주요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스위스는 물가를 감안해 매년 과표를 조정한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등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조정에 나선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덴마크 등은 명시적으로 물가와 연동하지 않지만 소득세 결정의 주요 참고 자료로 삼는다.

미국은 실질 세후소득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물가에 연동해 소득세 관련 제도를 매년 조정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생계비지수’에 따라 과표구간을 정비하고, 각종 공제까지 이 기준에 맞게 금액을 높여준다.

현재의 10~37% 세율 구간이 정립된 2018년 이후 미국의 소득세 과세표준은 2021년까지 매년 연평균 1.53% 기준금액이 높아졌다. 이는 이 기간 미국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52%와 매우 비슷한 수준이다. 생계비지수를 산정하는 공식에 물가상승률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독신 가구의 경우 24%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은 2018년 8만2500~15만7500달러에서 올해 8만9076~17만50달러로, 부부합산신고자는 같은 기간 16만5000~31만5000달러에서 17만8151~34만100달러로 약 7.9% 높아졌다. 같은 24%의 세율이 적용되는 한국의 과표 구간 4600만~8800만원이 2010년 이후 13년째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캐나다와 스위스는 한발 더 나아가 완전한 물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확히 물가상승률 수준만큼 과세표준을 조정해 실질 과표 수준을 매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첫 6개월의 물가상승률이 5%를 초과하면 다음해 과표를 조정한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물가에 따라 공제 적용 구간을 확장해주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소득세 부담을 경감한다.

반면 일본은 한국처럼 과표 구간 조정을 잘 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10년 넘게 과표 구간을 조정하지 않아 물가 상승에 따른 자동 증세를 해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