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년8개월 만에 장중 2300선을 밑돌았다. 코로나19 이후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악의 무역적자, 반도체 업황 둔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악재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1일 코스피지수는 1.17% 하락한 2305.42에 거래를 마쳤다. 가까스로 종가 기준 2300선을 지켜냈다. 오후 한때는 장중 낙폭을 확대하면서 2300을 밑돌았다. 2291.49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코스피지수는 1년여 만에 장중 고점(3316.08) 대비 10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한 모양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20일 고점(2277.23)에 바짝 다가섰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로나19 이전에 지루하게 이어졌던 박스피 상단인 2200선까지 근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43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103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며 외국인 매도세를 불렀다.전날 발표된 마이크론 실적도 악영향을 미쳤다. 분기(3~5월) 실적은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마이크론이 제시한 다음 분기(6~8월) 매출 목표치(72억달러)가 전망치(91억40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반도체 업황 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전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5만5900원까지 하락하며 1주일 만에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성장·고물가 환경이 지속되는 와중에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기억까지 소환되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불리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상 과매도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세가 지속되면서 전문가들은 7월 코스피지수 하단 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7월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200~2500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3분기 지수 범위를 2200~2600으로 제시했다. 2200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배 수준이다.올 하반기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물가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정점이 확인되면 8~9월께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심성미/배태웅 기자 smshim@hankyung.com
미국 메모리칩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일 세계 시장의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시장 예측에 못 미치는 3분기 가이던스(전망 제시)를 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나란히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실적·가격 전망치 모두 하락이날 반도체 시장은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일 끝난 지난 분기에 매출 86억4000만달러(약 11조2000억원), 순이익 26억3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6%, 순이익은 51% 증가하면서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부합했다.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건 3분기 예상치였다. 마이크론은 3분기 매출이 전문가 전망치(91억4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72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당순이익(EPS)도 1.63달러로, 전문가 전망치인 2.57달러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제시했다. 마이크론은 소비자 지출 감소 등으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보다 안 좋다고 설명했다.실제 반도체 수요 감소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 D램 스폿(현물)시장에서 지난달 DDR4 8GB 제품 가격이 개당 3.3달러 수준에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6월과 비교해 1.495달러(31%) 떨어졌다. 작년 8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와 비교하면 1.77달러(35%)나 내려갔다. DDR3 4GB 제품은 개당 2.44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직전 최고가에서 0.56달러(19%)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폿 거래는 D램 전체 거래의 10%가량을 차지한다”며 “수급 상황에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6월 고정거래가격도 4.67달러로 전달 4.81달러보다 3.01% 내렸다. ○인플레·수요 감소 직격탄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 감소를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경제 둔화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과 모바일 등 전자제품 소비 감소가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2분기까지는 기존 계약 물량 등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수 있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3000원에서 9만원으로, JP모간은 10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D램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해 내년 1분기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과 PC 수요, 서버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SK하이닉스에 대해 하반기 수급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내렸다.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한경라씨로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상장 종목들의 시세, 수급, 시황 등을 분석합니다. '한경라씨로' 앱을 내려 받으면 매일 시간대별로 특징적인 종목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번주(6월27일~7월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70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 치우는 동안에도 각각 셀트리온·삼성물산·현대차와 LG생활건강·네이버(NAVER)·두산에너빌리티를 순매수했다.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7.22포인트(1.17%) 내린 2305.4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300선이 무너져 2291.49까지 빠지기도 했다. 이번주 주간 단위로는 2.59% 하락했다.한 주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1218억원 어치와 5794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이 홀로 1조559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 기간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3962억원 어치와 367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두 매매주체에서 모두 삼성전자가 순매도 규모 1위였다.삼성전자는 이번주 초반에는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이 D램 가격 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데 더해,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제시한 영향으로 주가가 무너졌다.삼성전자에 이어 기관은 SK하이닉스(1352억원)와 SK이노베이션(810억원)을, 외국인은 카카오뱅크(647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42억원)을 각각 많이 팔았다.주식을 대거 내다 파는 와중에도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은 있다.기관은 셀트리온을 740억원 어치, 삼성물산을 685억원 어치, 현대차를 42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최근 셀트리온그룹이 바이오시밀러 제조·판매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외국인에 이어 기관도 셀트리온 주식 매수세에 동참했다. 기관은 지난달 16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셀트리온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에 셀트리온은 지난주(6월20~24일) 12.09% 오른 데 이어 이번주에도 4.37% 상승했다.외국인은 지난 5월 말부터 셀트리온 주식을 사모았다. 5월27일 이후 한 달 넘는 기간동안 외국인이 셀트리온 주식을 순매도한 날은 지난달 14·15·16·23·27일 5거래일뿐이다.외국인의 순매수 규모 상위에는 LG생활건강(921억원), 네이버(525억원), 두산에너빌리티(489억원)이 이름을 올렸다.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이번주 10.13% 상승했다. 중국의 도시봉쇄가 완화된 게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악재 요인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며 “중국 상하이 지역 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정상화되고, 이에 앞서 5월부터는 물류 기반도 안정되면서 (LG생활건강이) 6·18 이커머스 수요 대응도 일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