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칩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일 세계 시장의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시장 예측에 못 미치는 3분기 가이던스(전망 제시)를 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나란히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실적·가격 전망치 모두 하락
이날 반도체 시장은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일 끝난 지난 분기에 매출 86억4000만달러(약 11조2000억원), 순이익 26억3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6%, 순이익은 51% 증가하면서 전문가들의 추정치에 부합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저무나…수요 줄자 메모리값 내리막길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건 3분기 예상치였다. 마이크론은 3분기 매출이 전문가 전망치(91억4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72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당순이익(EPS)도 1.63달러로, 전문가 전망치인 2.57달러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제시했다. 마이크론은 소비자 지출 감소 등으로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보다 안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반도체 수요 감소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 D램 스폿(현물)시장에서 지난달 DDR4 8GB 제품 가격이 개당 3.3달러 수준에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6월과 비교해 1.495달러(31%) 떨어졌다. 작년 8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와 비교하면 1.77달러(35%)나 내려갔다. DDR3 4GB 제품은 개당 2.44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직전 최고가에서 0.56달러(19%)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폿 거래는 D램 전체 거래의 10%가량을 차지한다”며 “수급 상황에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6월 고정거래가격도 4.67달러로 전달 4.81달러보다 3.01% 내렸다.
○인플레·수요 감소 직격탄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 감소를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경제 둔화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과 모바일 등 전자제품 소비 감소가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2분기까지는 기존 계약 물량 등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수 있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3000원에서 9만원으로, JP모간은 10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D램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해 내년 1분기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과 PC 수요, 서버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SK하이닉스에 대해 하반기 수급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내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