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프레이밍」청림출판

사람들은 개를 좋아한다. 미국 가정의 40퍼센트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온 집 안에 털이 날리는 것도 감수해 마지않는 이 강아지 사랑에는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매년 300만 마리 이상의 개가 동물보호소로 들어와 입양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동물보호소와 여러 동물 복지 단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매년 약 140만 마리의 개가 입양된다. 하지만 여러 단체의 감동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이 입양에 실패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단체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로리 와이즈(Lori Weise)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다운타운도그레스큐(Downtown Dog Rescue)의 책임자이자 동물보호소 개입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로리의 이 프로그램은 더 많은 개를 입양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애초에 동물보호소에 많은 개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첫 번째 가정에서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목표를 둔다.

동물보호소에 들어오는 개 가운데 평균 약 30퍼센트 정도가 ‘주인이 포기한 개’다. 자원봉사자들의 주도로 운영되는 동물보호소 공동체는 동물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단결된 조직이다. 그래서 그 내부에서는 종종 보호소에 개를 넘기는 주인들이 가혹하게 평가되고는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매정한 사람이면 자기 개를 고장 난 장난감 버리듯 버릴 수가 있는 걸까?’
‘개를 가족으로, 동등한 생명체로 대하면 절대 이럴 수는 없을 텐데.’

개들이 이러한 ‘나쁜’ 주인을 만나지 않도록 많은 동물보호소에서는 개를 입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복잡한 검증 과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집 없는 개를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로리는 이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았다.

“나는 ‘나쁜 주인’ 이야기를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일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대부분 강아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어요.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렇게만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죠.”

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로리는 로스앤젤레스 사우스센트럴 지역에 있는 동물보호소에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보호소에 개를 넘겨주러 오는 사람들에게 직원이 이렇게 물었다.

“만약 개를 계속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상황만 된다면, 개를 계속 데리고 있고 싶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 직원은 왜 개를 포기하려고 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도울 수 있는 문제는 단체 기금을 이용하고 관계자들의 협조를 얻어 최선을 다해 도왔다.

로리의 실험 결과는 관계자들이 추정한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주인의 75퍼센트가 개를 계속 기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개를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동물보호소에 오기 전까지 수년간 개를 정성껏 잘 보살폈던 사례도 많았다. 로리는 이렇게 말했다.

“주인이 포기한 개들이 늘어나는 건, 나쁜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대체로 가난 문제입니다. 그 가족들은 우리만큼 개를 사랑하지만, 무척 가난하기도 합니다. 월말이 되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지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 바뀐 집주인이 개를 기르는 것을 문제 삼아 갑자기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그들은 정말로 돈을 구할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또 개에게 10달러짜리 광견병 예방 접종을 해야 하지만 수의사에게 데려갈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동물보호소에 보내는 것은 그들로서는 최후의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닌,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법
로리는 이 결과를 기반으로 개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체가 행해온 어떤 활동보다 비용 효율적이었다.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전에 로리의 단체는 그들이 도왔던 동물 한 마리당 평균 약 85달러를 썼다. 새로운 프로그램에서는 비용이 약 60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이 접근법 덕분에 가족들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계속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보호소는 어려움에 처한 다른 동물을 도울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동물보호소 개입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여러 기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여러 지역에서 관련 계획들이 실행됐고, 결과적으로는 보호소로 오는 반려동물의 수와 안락사 당하는 동물의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일이 일어났다.

로리의 프로그램은 리프레이밍 중에서도 초기 프레이밍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프레임 부수기’에 해당한다. 그녀는 일의 진짜 목적을 다시 정립했고, 그 과정에서 산업 자체가 변화하도록 도왔다.

프레임 부수기라는 발상을 터득하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문제의 초기 프레이밍에 갇히게 될 것이다.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을 찾지 못하고, 문제의 첫 단계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닌,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법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프레임에 갇혔다’고 표현한다. 그럴 때는 리프레이밍을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걸 추천한다. 정말 이것이 문제인가?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어떤가? 리프레이밍을 통해 분명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닌,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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