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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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판매에만 머무르던 소상공인들이 재고관리와 배송, 고객서비스 등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을 만나 '디지털 거상'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0일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매출은 2년 전에 비해 평균 113% 늘어났다.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하는 형태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만난 소상공인의 매출은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과는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거둔 성과라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2020년과 지난해 전국 소상공인의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0.2%, 1.7%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이 낯설던 소상공인 중에서 쿠팡을 만나 사업 구조를 완전히 재편한 이들도 있다. 1978년 창업해 40여년 간 헤어드라이어기 한 우물만 판 한일전자가 대표적이다. 재래시장과 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만 상품을 팔던 한일전자의 매출은 온라인 시장이 커지던 2015년께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월 7000~8000만원에 매출이 나오던 재래시장에선 매출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마트 매출도 반토막났다. 총판과 도매, 중도매, 소매 등을 거치는 복잡한 오프라인 유통구조로 인해 영업이익률도 3%대에 머물렀다.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한일전자는 2018년 쿠팡에 입점한 뒤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상품력을 이미 갖추고 있던 한일전자의 제품은 온라인 시장의 주 소비자인 젊은 층의 취향에 맞게 색감과 디자인을 바꾸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수년간 50억원 대에 머물던 한일전자의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까지 20%에 불과했던 온라인 판매 비중은 70%까지 늘어났다.

쿠팡을 통해 1인 창업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송재윤씨(38)는 2020년 초 돈가스업체 잇퀄리티를 혼자 창업한 뒤 쿠팡에 문을 두드렸다. 좋은 레시피로 제품을 개발만 하면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와 배송, 재고관리 등을 책임져 송씨 혼자서도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쿠팡을 거점으로 사업을 확대한 잇퀄리티는 창업 2년 만에 월 매출 3000~4000만원을 올리는 업체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의 물류 인프라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에만 입점하면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 전라 등 전국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쿠팡을 만나면 매출이 오른다"는 입소문에 쿠팡과 손을 잡는 소상공인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쿠팡 입점업체 중 소상공인 비중은 80%에 달한다. 3년 전에 비해 20%포인트 가량 늘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배송, 물류, 빅데이터 시스템을 갖춘 쿠팡을 만나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역량 있는 테크기업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돕는 상생협력 모델은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