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간 문명을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정의했다.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바퀴를 발명한 이후 수많은 도전과 이에 대한 응전의 결과로 지금의 기술을 갖출 수 있었다. 현대 사회를 ‘모빌리티 문명’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가장 까다로운 숙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이다. 지구 기온을 낮추기 위해 모빌리티 효율성을 높이고 배출하는 가스의 양과 질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 대응하는 기술은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로 귀결된다.

또 다른 도전은 ‘도시 집중화’다. 모빌리티 성능이 좋아져도 도로가 막히면 소용이 없다. 해결책은 ‘이동 총량’은 유지하되 모빌리티 수를 줄이는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확대다. 소유 대신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용해 교통 혼잡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로가 아닌 하늘길을 개척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대안이 될 수 있다. UAM 시설이 있는 곳까지 근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서비스도 뜨고 있다. PBV(목적기반차량)도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승객 이동, 짐 운반을 효율화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까지 접목하면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자율주행차 내에서 승객이 눕는 등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해선 생각해 볼 부분이 적지 않다. 차량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크게 다칠 수 있어서다. 운전대 없이 차 내부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가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선 시트 중심의 안전장치 개발이 필수다. 가령 실내 여기저기 흩어진 에어백을 시트 내에 넣어 효과적으로 승객을 보호할 수 있다. 안전장치 작동 방식도 바꿔야 한다. 대부분 안전장치는 사고가 발생해야 작동한다. 미래 모빌리티에선 사고 전에 교통 상황과 승객 상태를 감지해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사고 때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UAM의 안전은 어떤 기술로 확보할 수 있을까. UAM엔 충돌 때 승객을 보호하는 생존 공간인 ‘캐빈’이 있다. 자동차와 비슷한 기술로 승객을 보호한다. 물론 추락하는 비행체에서 승객을 보호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승객이 추락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역추진 로켓, 낙하산 등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UAM이 바다에 추락하면 탑승자가 기절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승객의 기절을 막는 기술도 강구해야 한다.

캐빈이 없는 전동킥보드, 전동이륜차는 어떻게 승객을 보호할까. 승객이 입거나 쓰는 형태의 안전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에선 지난해 5월 안전모 착용 법규가 발효됐으나 소비자 불편 등으로 계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련 시장이 확장된 뒤엔 탑승자의 안전 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착용 불편함은 개선하되 승객을 보호하는 ‘웨어러블 에어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배달산업이 활성화하며 고속 주행이 가능한 대형 전동 이륜차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고속 이륜차는 다리 상해를 보호하는 게 몸통이나 머리를 보호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와 몸통을 보호하는 안전장치 위주로만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먼 미래의 상황까지 감안해 다리까지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