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데 현금 쏟아붓네"…'지배구조 리스크'에 갇힌 해운사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대한해운 팬오션 SM상선을 비롯한 주요 해운사들이 모그룹이 전개하는 사업에 동원되면서 벌어들인 현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 맏형' HMM도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눈치를 보면서 현금을 쌓아두고만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상선 대한해운을 비롯한 SM그룹 계열사는 지난주(20~24일)에 HMM 주식 6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 대한해운 등 특수관계인은 지난 17일 HMM 지분 5.52%(2699만7916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7일까지 SM상선과 대한해운은 HMM 주식을 사모으는 데 각각 4851억원, 269억원을 사용한 데 이어 지난주에도 600억원을 추가로 쓴 것이다.

SM상선은 올 1분기에 매출 5637억원, 당기순이익 3413억원을 거두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벌어들인 현금의 상당액을 HMM 매입자금으로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합병(M&A) 귀재'로 통하는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현금 창출력이 높은 SM상선 등을 동원해 HMM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팬오션도 모그룹인 하림그룹의 계열사 지원으로 110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오션은 2021년 1월 하림USA 유상증자에 참여해 308억원을 출자해 지분 22.36%를 확보했다. 지난 3월 말 팬오션이 보유한 하림USA 지분(22.36%) 가치는 198억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분가치를 출자금과 비교하면 110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하림그룹 2011년 하림USA를 통해 미국 대형 닭고기 전문업체 앨런패밀리푸드를 인수했다. 하지만 하림USA는 적자를 이어가 지난해 당기순손실 328억원을 기록했다. 손실이 이어지면서 작년 말 자본총계는 -35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하림USA 부실이 팬오션으로 번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HMM도 지배구조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지분 20.69%), 2대 주주는 한국해양진흥공사(19.96%)다. 2015년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현금+기타금융자산)은 9조5103억원에 이른다.

HMM은 뚜렷한 장기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현금만 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가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신종자본증권(영구채·2조6799억원) 조기상환을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영구채 조기상환 여부와 투자 계획을 놓고 채권단이 방관하는 사이에 HMM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