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흥가에 불법대부업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유흥가에 불법대부업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도권 금융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의 절반 이상은 불법적인 금리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 240%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비중도 적지 않았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7일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우수 대부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저신용자의 57.6%는 상대가 법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알면서도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떠했냐'는 항목에는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53.0%로 전년 대비 9.6%포인트(p) 늘었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다는 응답 비율도 43.4%에 달했다.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하향 조정되자,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를 외면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법 대부업체를 찾은 저신용자들은 법정금리를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응답자의 68.4%는 대출 금리가 연 20%를 초과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약 25%는 매년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연 240% 넘는 금리를 부담한다는 응답자고 16.2%를 차지했다.

불법 대부업체를 통해 빌린 자금의 용도로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라는 응답이 43.6%로 가장 높았다. '신용카드 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라는 응답도 23.9%로 뒤를 이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이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 결과를 통합해 추산한 결과, 지난해 등록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5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이동한 금액도 6400억∼9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 소외 현상을 방치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고, 그럼에도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단기 소액대부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