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04년 만에 외화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전날까지 러시아는 외화 표시 국채의 이자 약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했다. 당초 지급일은 지난달 27일이었지만, 30일간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러시아는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로 보냈고, 유로클리어가 개별 투자자에게 입금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디폴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외채 이자 지급 통로를 막으면서 발생했다.

미국은 자국민에 대해 러시아 재무부·중앙은행·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지난달 25일까지 투자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이후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동결됐고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러시아가 외채에 대해 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은 사회주의 혁명 시기인 191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혁명 주도 세력인 볼셰비키는 차르(황제) 체제에서 발생한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의 이번 디폴트는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며, 러시아가 인플레이션 등 자국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 데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공식 디폴트 선언은 주요 신용평가사가 하지만, 서방 제재로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채권 증서에 따르면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가 발생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