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환경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제조 공정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늘었지만, 이 중 일부를 친환경 제품 생산을 통해 상쇄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18년부터 매년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SV)를 계산해 부문별 성과를 화폐화해 발표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사회에 얼만큼 이바지하는지 부문별로 자세히 따져보자는 의도다. 경제간섭 기여 성과(고용, 배당, 납세 등)와 사회 성과(동반성장, 사회공헌 등)는 매년 ‘플러스’가 나오지만 환경 성과만은 예외였다. 반도체나 석유화학처럼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비즈니스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각각 9489억원, 9527억원의 환경 손실을 기록했다. 공정 부문 손실액이 각각 1조2589억원과 9690억원에 달했지만,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손실의 일부를 메웠다.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부문에서 두 회사가 기록한 SV는 각각 3099억원과 162억원이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에 비해 30% 넘게 늘었지만, 환경 손실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의 성적표는 한층 더 극적이다. 2020년 -70억원이던 환경 성과가 지난해 11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기록한 SV가 526억원에 달해 공정 부문 손실액(408억원)을 넘어섰다.
SK 계열사들은 탄소 배출이 많은 비즈니스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신제품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부문의 SV를 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정 부문 지표는 공장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저전력 낸드플래시 8개를 개발해 전력 저감 93억원과 온실가스 저감 43억원의 효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친환경 윤활기유와 발포제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으로 환경 성과를 방어했다. SK케미칼은 플라스틱 신소재 코폴리에스테르 덕을 톡톡히 봤다.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으면서도 열과 습기에 강한 것이 이 소재의 특징이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회사와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같은 시멘트 회사의 주가가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19~31%가량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멘트·철강업체 타격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이 주요 기업의 주가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앞으로 1년 동안 비금속광물 업종 상장사(시멘트 업체 등)와 1차금속 업종 상장사(철강·비철업체 등)의 주가가 각각 31.3%, 19.4%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가스·증기 공급 업종 상장사(발전업체 등)의 주가는 6.2%, 화학 업종 상장사는 4.2%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한은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2021년 말 t당 3만5100원에서 올해 말 8만5900원으로 145% 오른다는 상황을 전제로 이같이 분석했다. 145%는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폭이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로 미래 현금흐름이 악화한다는 점을 감안했다.정부는 지난 3월 시행령을 통해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에 비해 40%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종전(26.3%)보다 탄소 감축 목표치를 13.7%포인트 높게 잡았다. 감축 목표를 높인 만큼 탄소배출권 가격이 큰 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은 탄소배출량이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 할당량보다 많을 경우 초과분만큼 배출권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탄소 규제가 강화된 만큼 수요가 늘어난 탄소배출권 가격도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한은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 흐름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아 작년 유럽의 가격 상승률을 단순 적용해 계산했다”며 “불어난 탄소배출권 매입 비용을 고려해 기업의 부가가치 감소 폭과 주가 흐름을 산출했다”고 말했다.기업들의 비용구조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전기·가스·증기 공급 상장사의 부가가치(기업 영업이익+이자 비용+인건비)는 예년 대비 10.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1차금속 업종 상장사와 비금속광물 업종 상장사의 부가가치는 각각 5.2%, 3.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탄소 감축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들도 탄소중립 제도 변화와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 전략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충격 과장됐다” 반론도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폭이 유럽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정부는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탄소 감축 의무를 부여받은 기업에 연 단위로 배출권을 무상 할당했다. 지난해부터는 배출권의 유상 할당 비율을 10%까지 늘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무상 할당 비중이 높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을 낮춘 한국 기업 중 상당수가 적잖은 배출권을 쌓아놓은 배경이다. 공급이 늘면서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초 t당 3만5100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똑같은 탄소배출권이 유럽(11만9000원)의 3분의 1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에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기업에 나눠주는 배출권 무상 할당 비중을 다시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무상 할당 비중이 높아지면 배출권 가격 상승세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플랫폼 기반 정보기술(IT) 기업의 탄소 저감 성과 중 상당 부분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기업이 통제하기 힘든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탄소 발자국’의 크기가 달라진다. IT 업체들이 수시로 친환경 캠페인을 하는 배경이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들어 이용자들과 함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모두의행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생활 속 친환경 행동에 동참하고, 관련 사진을 사회공헌 플랫폼에 올리면 카카오가 기부금 1000원을 적립한다. 카카오는 오는 30일까지 기부금을 모아 ‘탄소중립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프로젝트의 첫 주제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그린 디지털’이다. 이용자의 디지털 기기가 데이터를 송수신하기 위해 서버 및 데이터센터 등과 통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캠페인은 거창하지 않다. 불필요한 이메일을 삭제하도록 권하는 ‘메일을 가볍게, 지구도 가볍게’가 대표적이다. 통상 이메일 한 통은 이산화탄소 4g을 배출한다. 메일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서버를 가동해야 해서다. 메일함에서 1기가바이트(GB)만큼만 이메일을 지워도 연간 이산화탄소 14.9㎏을 감축할 수 있다.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스팸메일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만 연간 17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카카오는 “국민 5182만 명이 메일 50통씩을 지우면 탄소 1036㎏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서울과 제주를 비행기로 네 번 왕복하고도 남는 양”이라고 설명했다.다음·카카오 메일에서 에코모드를 사용해도 친환경 행동을 인증할 수 있다. 스팸메일을 15일간 저장하는 기본 설정 대신 7일 만에 삭제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달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메일을 가볍게 캠페인 참가자는 1300명이 넘는다. 애초 정한 목표(1000명)를 약 131% 웃돈다.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삼성전기는 제품 생산 전 과정에 사용하는 물을 고도 처리 방식으로 정화하면서 생산라인이 있는 경기 수원사업장 후문 원천리천에 오리 가족 10여 마리가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전기는 사용한 물을 3단계에 걸쳐 정화하는 등 엄격한 정화 과정을 거친 뒤 깨끗한 물을 펌프를 이용해 하천 상류로 끌어올려 방류하고 있다.삼성전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