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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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 이후 바닥 없는 대폭락장을 겪었던 암호화폐 시장이 지난 일주일 모처럼의 랠리를 펼쳤다. 1년 반 만에 8000억 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6일 1조 달러를 회복했다. 비트코인은 일주일 새 13% 가까이 올랐고, 솔라나·폴리곤 등 알트코인과 도지코인·시바이누코인 같은 '밈코인'은 상승률이 50~70%에 달했다.

암호화폐 시총 일주일새 14% 회복
비트코인보다 알트·밈코인 급등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조24억달러(약 1299조원)를 기록했다. 24시간 전보다 0.4%, 일주일 전보다는 14% 증가하며 약 열흘 만에 1조달러 선을 다시 회복했다.

그동안의 가격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미국 증시도 6월 들어 첫 주간 상승 마감에 성공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조금이나마 풀렸다.

특히 미국 증시 가운데서도 비트코인과 동조화(커플링)가 깊어진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7.5% 올라 3대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시하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인 향후 12개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소 개선되면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에 시장이 반응했다.
최근 한 달 암호화폐 시가총액 추이. /코인마켓캡
최근 한 달 암호화폐 시가총액 추이. /코인마켓캡
'대장주' 비트코인은 현재 개당 2만145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 12.6% 오른 가격이다. 지난 18일만 해도 비트코인은 2017년 강세장 당시 최고점이었던 1만9500달러를 깨고 내려갔었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암호화폐)의 가격 회복세도 가파르다. 이더리움은 일주일 전보다 24.7% 오르며 1240달러에 거래됐고, 최근 웹3 기반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개발을 선언한 솔라나랩스의 암호화폐 솔라나는 30% 가까이 급등하며 유틸리티 토큰의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 솔라나는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9위다.

이 와중에 가격이 가장 급격하게 뛴 것은 밈코인의 대표 격인 이른바 '강아지 코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지지를 얻으며 유명해진 도지코인과 '도지코인 킬러'를 표방하며 등장한 시바이누는 각각 일주일 새 28%, 52% 넘게 급등했다. 머스크는 최근 "도지코인을 계속 지지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관련 상품에 도지코인 결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잇달아 언급하며 가격에 또 불을 질렀다.

"약세장 랠리에 불과...안도는 일러"
전문가들 '밈코인 투기'에 쓴소리

최근의 가격 상승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술적 반등에 따른 '약세장 랠리'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추세적인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매도 구간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상승일 뿐이란 얘기다.

디파이업체인 초이스의 안드레이 디야코노는 코인데스크에 "최근의 가격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거시 경제 여건과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안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여전히 '역대급'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는데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시장도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가시화된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업체들과 암호화폐 시장 '큰손'들의 도미노 붕괴 위험도 남아 있다. 코인 담보대출 업체 셀시우스의 자산출금 중단과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3AC)의 파산 위기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릭 리더 블랙록 CIO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쌓여있던 대규모의 레버리지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사진=이크립토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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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 없이 재미와 귀여움, 유행만으로 뜬 '밈코인'의 재부상도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도지코인과 시누이바코인의 가격 급등은 순전히 투기적 수요에 따른 것이란 분석에서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도지코인은 아무런 기능 없이 설계됐으며 그 개발자들도 이미 프로젝트를 떠났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따라서 움직일 뿐"이라며 "이런 코인은 순전히 투기에 불과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해롭다"고 비난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