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용 현장소장·김희헌 책임엔지니어·장중배 기장 등 10여 명 참여
6천㎡ 규모 발사대 시스템 전반,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
6년 상주하며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 만든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들
"장치마다 수백 번 테스트하며 수정, 또 수정했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 발사체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보상받았습니다.

"
현대중공업 한상용 나로센터 한국형 발사대 현장소장은 지난 21일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자 지난 6년 가까운 시간이 떠올랐다고 한다.

자신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소속 엔지니어 10여 명이 현장에 상주하며 밤낮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수행 과정에서 최대 난관을 발사체 지상고정장치(Vehicle Holding Device) 공사라고 꼽았다.

지상고정장치는 모두 4개로 구성돼 발사체를 네 방향에서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발사 시에는 4개가 동시에 해제돼야 하는 정밀한 장치이다.

한 소장은 "지상고정장치 작동 속도를 결정하는 유압실린더, 발사체 고정을 담당하는 접시스프링 등을 수백 번씩 테스트하며 끊임없이 설계를 변경했다"며 "반복된 시험, 조정, 보완 등을 거쳐 결국 조건을 충족하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24일 말했다.

누리호 발사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엄빌리칼(Umbilical) 타워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다.

약 46m 높이 초록색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는 누리호에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자세 제어계 등을 점검하는 핵심 설비다.

발사대 시스템 지상 기계 설비를 담당한 김희헌 책임엔지니어는 "엄빌리칼 타워는 누리호가 뿜어내는 3천℃가 넘는 화염을 견뎌내는 기술이 필요했다"며 "국민적 관심을 받는 발사가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6년 상주하며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 만든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들
나로우주센터가 현대중공업 본사와 엔지니어들 가족이 있는 울산에서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점도 엔지니어들에겐 힘든 점이었다고 한다.

장중배 기장은 "6주 동안 한 번도 울산에 오지 못하기도 했다"며 "가족에게 미안했지만, 국가적인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누리호 발사는 성공했지만,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들 임무는 진행형이다.

누리호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 발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사업 장기 불황으로 2020년 발사대 현장이 속해 있던 플랜트사업부를 해체했지만, 국가적 사업 성공을 위해 발사대 사업 관련 인력과 기술 지원은 유지했다"고 말했다.

누리호 사업에는 300여 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은 6천㎡ 규모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설치했으며, 발사 운용까지 수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