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주머니 찬 기업들
(3) 낡은 입지 규제

경기 광주→대전→서울…
수도권 규제에 전국 떠도는 칠성사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가로막혀
오포공장 43년간 확장 못해
비닐하우스까지 동원해 보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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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의 경기 광주 오포공장에서 생산한 칠성사이다는 서울 등 수도권에 공급되기 전 대전으로 옮겨진다. 사이다 출고 전까지 보관할 창고 공간이 부족해서다. 1979년 설립된 오포공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혀 43년간 공장을 한 평도 확장하지 못했다. 비닐하우스까지 동원해 적재 공간을 마련했지만 생산량 대부분은 대전공장에서 보관하고 있다. 생산은 경기 광주에서, 보관은 대전에서, 공급은 수도권에서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때문에 롯데칠성음료는 연간 3억원 이상의 불필요한 물류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에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제정된 이 법은 40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괴물’로 변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경기 광주에선 공업용지를 6만㎡ 규모 이상으로 조성할 수 없다. 법 제정 전인 1979년 9만7000㎡ 규모로 지어진 롯데칠성음료 오포공장이 적재 공간 부족에도 공장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괴물' 같은 규제에 전국 떠돈다…칠성사이다의 눈물

샘표식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간장을 생산하는 샘표식품 경기 이천공장도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1981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공장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6년 전 글로벌 식품기업들과 간장 수출 계약을 맺기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공장 증축을 못해 계약을 포기해야 했다.

지역 주민들도 구시대적 규제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십 년째 자연보전권역, 군사보호구역 등으로 묶인 탓에 인천 강화·옹진과 가평·연천 등 경기 동북부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디고, 도시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어서다. 규제를 피해 6만㎡ 이하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면서 한강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규제가 되레 난개발을 촉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전국 시·군별 낙후도를 조사했을 때 가평은 114위, 강화는 118위, 옹진은 155위에 그쳤다. 말만 수도권이지 강원 홍천(113위), 충남 부여(112위), 경북 예천(108위) 등 지방보다 낙후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인천 유세 때 “강화와 옹진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약했을 정도다.
반도체까지 발목 잡는 수도권 규제
수도권 규제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쟁력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 비수도권 기업 대표는 지난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 ‘반도체기업 간담회’에서 “반도체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으로 연구개발(R&D) 시설을 옮기려고 하는데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올 상반기부터 착수하려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가 미뤄진 것도 수도권 규제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 총량제의 예외 사례로 인정받기 위한 정부 심의에만 2년이 걸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낡은 규제로 기업들의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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