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공세에…
대형마트, 생존위한 '노후점포 재건축'

이마트·홈플러스 등 적극 추진
협회 "점포 활성화 방안 건의"
노후한 대형마트 점포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상당수 유통업체가 종합적인 재건축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23일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1993년 개점)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종관 기자

노후한 대형마트 점포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상당수 유통업체가 종합적인 재건축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23일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1993년 개점)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종관 기자

대형마트업계가 노후 점포 재건축을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등 낡은 규제에 손발이 묶인 가운데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파상공세까지 겹쳐 극에 달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목적이다.

홈플러스 경기 안산점과 부산 가야점 등이 재건축에 들어간 가운데 이마트 롯데마트 이랜드그룹도 노후 점포 재건축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형마트 부지 개발 활성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노후한 전국 대형마트 점포를 재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대형마트의 위기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유통사들도 개별적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울에 가장 많은 매장을 두고 있고, 전체 점포 중 자체 건물 비율이 88%에 달하는 이마트는 점포 재건축을 통한 자산가치 제고를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건설과 함께 이마트 점포를 상업시설이 포함된 아파트로 개발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등이 인수한 홈플러스 안산점과 가야점은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하기 위해 최근 폐점했다. 여기에는 홈플러스 점포가 재임차(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들어간다.

이랜드그룹은 서울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30년 전 문을 연 대형마트 재건축이 주변 상권까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소비 일상화되며 매출 줄고 3년새 23곳 폐점
유통업종 순위도 1위→꼴찌
23일 오후 2시 찾은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1993년 문을 연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마트 점포답게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매장이 비좁아 출입구 앞에 마련된 낡은 행사 매대, 곳곳에 쌓인 적재물, 점포 옆 야외 철골 주차장 등이 그랬다. 인근 창동역 상권도 눈에 띄게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방 빼는 대형마트 점포들
"이마트·홈플러스가 동시다발로 추진 중"…마트의 新 생존전략

e커머스의 부상으로 위태위태하던 대형마트의 입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하게 무너져내렸다. 대형마트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순위에서 2020년까지 백화점과 편의점을 따돌리고 항상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작년엔 꼴찌로 내려앉았다. 지난 4월 기준 유통업계 전체 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0%로, 3년 전(19.6%)에 비해 5.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점포의 잇따른 폐점으로 이어졌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형마트 점포는 23개에 달한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가운데 올해 신규 출점을 계획 중인 곳은 없다.

대형마트 폐점은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문을 연 이마트 시화점은 연내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마트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이곳을 운영하던 성담유통이 올해를 끝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시화점은 성담유통이 이마트에 브랜드를 빌려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일자리에도 직격탄
고용 효과가 큰 대형마트의 특성상 점포 폐점은 해당 기업만의 어려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해당 지역 고용에 타격을 줘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한 곳이 문을 닫으면 해당 점포에서만 직접 고용 인원과 임대·용역·납품업체 인력 등 총 945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추산됐다.

활력이 사라진 점포가 핵심 입지에서 가까스로 명맥만 유지하는 것도 문제다. 이마트 창동점과 같이 집객력이 떨어져 주변 상권 전체가 힘을 잃고, 공동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핵심 상권으로 분류되던 곳에 문을 연 대형마트들이 노후화하면서 주변 상권이 함께 무너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점포 재건축 승부수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사들이 점포를 폐점하거나,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하는 대신 아예 재건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대형마트 점포 재건축이 만성화한 주택 공급난 해소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다 본질적으로 자산가치 제고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를 못 좇은 노후 점포들은 리모델링만으로도 손님이 많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 중 매출 10위권에 머물렀던 인천 간석점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2월 재개장한 뒤 매출 상위 점포 ‘톱3’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점포 재건축을 희망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해당 점포를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마련한 자금을 e커머스 경쟁력 확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노조 정치권 반대 넘어야
대형마트업계에 가장 큰 문제는 점포 재건축을 가로막는 암초들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년 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마트 노후 점포를 청년임대주택을 포함한 주상복합 건물로 재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지역 국회의원이 주민 여론이 좋지 않다며 반대해 사업이 무산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부담스럽다.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을 반대하던 노조 측은 이 같은 논리로 안산시의회를 움직여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 용적률을 1100%에서 400%로 낮추기도 했다.

마트를 재건축하는 동안 다른 점포로 잠시 일터를 옮겨야 하는 노조의 반대도 극심하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협회 차원에서 재건축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를 매각한 뒤 재건축할 경우 그 수익은 유통업체가 아니라 개발업체에 돌아간다”며 “주상복합건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점포는 주거시설 건립이 가능한 지역에 있어 지자체로부터 받는 특혜도 따로 없다”고 항변했다.

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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