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시 1조원 들여 D램 업체 설립…日 엘피다 전 사장 합류
中 신생 국유 반도체사 日거물 영입…한국 D램에 도전
중국의 신생 국유기업이 일본 반도체 업계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 한국이 주도하는 D램 시장에 도전한다.

중국의 신생 반도체사인 성웨이쉬(昇維旭·SwaySure)는 최근 위챗 계정에서 일본인 사카모토 유키오를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올해 75세인 사카모토는 일본 유일의 D램 제조사이던 엘피다가 지난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사장을 지낸 인물로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엘피다가 2013년 미국 마이크론사에 인수되면서 일본은 세계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을 완전히 잃었다.

이후 사카모토는 중국의 '반도체 항모'로 불리는 칭화유니그룹의 부총재를 잠시 지내기도 했다.

그는 회사 위챗 계정에 게시된 성명에서 "성웨이쉬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새 메모리 기술, 풍부한 자금력, 실력 있는 정예 인력을 보유해 향후 매우 큰 발전 잠재력이 있다"며 "여기의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업무가 될 것이기에 회사가 전략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치차차에 따르면 성웨이쉬는 지난 3월 선전시 산하 국유펀드의 100% 투자로 설립됐으며 등록 자본금은 50억 위안(9천700억원)이다.

성웨이쉬는 반도체 설계에서 공장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확보했으며 향후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등에 공급되는 D램 반도체가 주력 상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자유시보는 이 회사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하는 류샤오창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서 공장장 등을 지낸 고위 기술자로 3년 전 홍콩 대학에서 강의를 할 것이라면서 TSMC를 떠난 인물이라고 전했다.

기술 허브 도시인 선전시 주도로 성웨이쉬를 설립하고 일본 거물급 기술자까지 영입한 것을 두고 중국이 강력한 D램 분야 진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선전 정부가 소유한 신생 반도체 업체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중량급 인사를 영입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플레이어들이 장악한 D램 시장에서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야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했다.

현재 중국에서 유일하게 D램을 양산하는 업체는 안후이성 정부 주도로 2016년 설립된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長鑫存儲) 한 곳 뿐이다.

2019년 9월부터 현재 세계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DDR4 양산에 들어갔고, 2020년 5월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과점 체계를 형성한 1∼3위와는 격차가 매우 커 '틈새시장'을 차지한 수준이다.

아울러 과거 중국이 가장 큰 규모로 추진했던 푸젠성 소재 D램 업체인 푸젠진화는 미국이 마이크론의 기술 도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막대한 투자금만 날린 채 폐업하기도 했다.

선전시 산하 국유기업이 이번에 일본 기술자를 영입해 D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대규모 투자와 외국 거물 기술자 영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조원대에 달한 대형 프로젝트였던 중국의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는 TSMC의 최고 기술자였던 장상이를 CEO로 영입했지만 사기 논란 속에서 짓다 만 공장만 흉물처럼 남긴 채 작년 도산하기도 했다.

다만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은 자국의 취약한 반도체 산업이 자국의 최대 약점이라고 여기고 반도체 자급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어 일부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2021년 중국 내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량은 3천594억개로 전년보다 33.3% 증가해 증가율이 전년의 배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먼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중국판 TSMC'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작년 첨단 미세공정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칭화유니의 핵심 자회사인 YMTC(長江存儲)와 UNISOC(쯔광잔루이<紫光展銳>)도 낸드플래시메모리와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분야에서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중이다.

컴퓨터의 두뇌인 CPU 분야에서도 아직 인텔이나 AMD 같은 미국 업체와 기술 격차는 크지만 파이티움(飛騰·페이텅)과 선웨이(申威) 같은 업체들이 '국산 CPU'를 양산해 공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