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정책 등으로 가려졌던 자영업자 대출 부실 폭탄이 내년께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금융 지원책이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 자영업 가구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채무 상환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1000조원 육박한 자영업 대출

한은의 경고…"다중채무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89兆 부실 위험"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늘어난 수치다. 전 분기(909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60조원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은행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8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0.6% 늘어났다. 취약차주 수는 31만6000명으로, 전 분기(28만1000명)보다 3만 명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이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펼쳤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 가구의 채무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DSR은 지난해 말 기준 38.8%였다.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는 43.4%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자영업자 DSR은 38.5%로 지난해(40.0%)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는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금융 지원 조치가 끝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매출 회복과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로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위험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지원 방향 바뀌어야”

내년부터 자영업자 채무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 지원 역시 9월께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더 이상 발휘하기 어렵다.

한은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향후 자영업 가구의 DSR 변화를 점검한 결과, 전체 자영업자의 DSR은 내년에는 46.0%로 올해(38.5%)보다 7.5%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시나리오에서 △매년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금융지원 9월 종료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 등 세 가지를 고려했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 가구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 30%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DSR은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13.6%포인트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득 가구(38.6%→47.8%)와 상위 30% 고소득 가구(39.5%→44.4%)의 DSR 증가 폭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이 심화하면 이들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의 연쇄 부실도 우려된다.

한은은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 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 중심에서 채무 이행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 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 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제2금융권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 금융회사가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