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들의 시가총액이 하루 사이 1조5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유업체의 초과 이익을 기금이나 세금(횡재세) 형태로 회수해 기름값을 내리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종가 대비 1만1500원(5.23%) 내린 20만8500원에 마감했다. 에쓰오일도 이날 4500원(4.11%) 하락한 1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두 회사의 시가총액 감소액을 합하면 1조5700억원에 이른다.

정유사의 초과 이윤을 회수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정유업계 4사가 기름값을 L당 100원 인하할 경우 월간 영업이익이 3250억원가량 증발한다. 회사별 영업이익 감소폭은 SK이노베이션 930억원, 에쓰오일 790억원, GS칼텍스 740억원, 현대오일뱅크 730억원 등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휘발유와 경유값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전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실적이 불어난 에너지 업체에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초과이윤세)’를 걷겠다는 뜻이다. 초과이윤세 등으로 기름값을 내리려는 의도도 읽힌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유업체 횡재세를 둘러싼 쟁점은 다양하다. 초과로 얻은 이득을 어떻게 산출하느냐는 것부터가 논란거리다.

정유업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국제 유가가 뜀박질하면서 보유한 원유 재고 평가이익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반대로 초과로 손실을 볼 경우 정부가 보상해줄 수 있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대목이다. 2020년 정유업체들은 국제 유가 폭락으로 5조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당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정유사의 이익을 환수할 경우 회사 주주의 재산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기업의 투자·이윤추구 심리를 꺾을 수도 있다. 또 초과이윤세 부과로 정유사는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공급을 줄이거나 설비가동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