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확산하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친환경 자가 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나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을 신설해 탄소중립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 LNG발전소 조만간 착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다음달 이사회를 열어 LNG발전소 착공 날짜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SK케미칼의 첫 번째 자가 발전소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은 300㎿다. 투자금액은 4200억원이며 울산 공장 인근 기숙사 부지(3만7965㎡)에 지을 계획이다. 300㎿는 연간 8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SK케미칼은 자가 발전소를 통해 울산 코폴리에스테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았으며 향후 발전에 필요한 LNG 등은 SK가스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에너지대란에 놀란 유화기업, 발전소 짓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한국전력공사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한전이 발표하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력 판매단가는 ㎾h당 103.7원이다. LNG 등 친환경 발전소를 통해 한전에서 전기를 사오는 것보다 저렴하게 에너지를 조달하면서도, 안정적·친환경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석유화학회사들에 특히 중요하다. 석유화학회사들의 제품은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가공해 제조하기 때문에 365일 안정적인 열 에너지가 필요하다. 단 몇 분이라도 열 공급이 끊기면 화학물질 원료가 굳어 손실이 배로 불어난다. 2011년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한 16분간의 정전사고로 수백억원대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전쟁 등 외부 요인이 에너지 수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최근 들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올여름 전력대란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제품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장 증설이 이어지면서 필요한 전력량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SK케미칼은 지난달 코폴리에스테르의 핵심 원료인 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CHDM) 생산량을 25% 늘리기 위해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코폴리에스테르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으면서도 열과 습기에 강한 플라스틱 소재로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등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가속화될수록 안정적인 동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SK케미칼 울산공장뿐만 아니라 SK가스 프로판탈수소화(PHD) 공장에도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현대차·한화도 발전소 건설 동참

LG화학도 전남 여수공장에 GS EPS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짓는 본계약을 연내 체결할 계획이다. 이 발전소 역시 LG화학의 첫 번째 자가 발전소다. 2025년까지 여수 공장에 산업용 증기 및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임팩트는 LNG 가스터빈에서 수소를 섞어 연료로 태우는 혼소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상반기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첫 번째 자가 발전소인 수소혼소 발전소를 짓고 충남 대산 공장에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도 대규모 LNG 발전소를 짓고 연간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전력량의 70% 이상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자가 발전소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2025년 준공해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