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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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 성공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주산업이란 게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영국 등이 민간 우주여행 경쟁을 벌일 정도로 우주시대는 우리 눈 앞에 성큼 다가왔다.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영국 버진갤럭틱으로 대표되는 민간 우주 기업들은 재사용 로켓(우주발사체) 개발, 우주여행, 위성 초고속 인터넷 구축을 선도하며 우주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화성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스페이스X 창업자의 말이 더 이상 ‘허풍’으로만 들리지 않는 시대다.

◆반도체 뛰어넘은 우주산업 규모…2040년 1조1000억달러

최첨단 기술의 총결집체인 우주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반드시 키워 나가야 하는 분야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이미 ‘우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조사 기관과 통계 기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주산업 규모는 2020년 4470억달러로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4390억달러)를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파급력과 연관 효과가 큰 분야이기도 하다. 항공은 물론 방송통신, 반도체, 위성수신용기기, GPS수신기, 자율주행 기술, 빅데이터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에 1조10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지난해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6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우주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이어서 아직은 초라하고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우주 지각생’…기술 격차 따라잡아야

우주산업은 막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 외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실패의 축적’도 중요하다. 그만큼 끈질긴 도전정신과 열정이 필수적이다. 누리호가 이제 겨우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700km)에 쏘아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팔콘헤비는 저궤도에 64t, 정지궤도에 27t의 탑재체를 올려놓을 수 있어 우리와 수준 차이가 크다. 유럽우주국(ESA)은 21t의 탑재체를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 아리안6를, 중국은 140t을 쏘아올릴 수 있는 초대형 발사체 창정9호를 개발 중이다.

더구나 스페이스X는 팔콘9을 통해 재사용 발사체 시대를 열어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 회사는 재사용이 가능하고 100t 이상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초대형 발사체도 개발 중이다. kg당 우주탑재체 발사 비용은 스페이스셔틀(미 우주왕복선)이 5만달러대였는데 팔콘9은 2700달러, 팔콘헤비는 1400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를 활용하면 우주 산업의 경제성이 크게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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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주 지각생’이다. 한국이 우주산업에 늦게 뛰어든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안보환경에 따른 제약 때문이다.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 탓에 군사용 미사일은 물론 민간 로켓 개발까지 막혀 있었다. 이 지침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해제됐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도 후발주자였지만, 역경을 딛고 퍼스트 무버로 세계 정상에 오른 저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우주산업에서도 불리한 여건을 이겨내고 역전승을 거두는 DNA를 발휘해야 한다.

◆항공우주청 말고 우주항공청 설립해야

정부는 지난 7일 국무회의를 열고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우주산업이 혁신적인 민간 기업 주도로 재편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비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다. 지난해 11월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된 이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우주산업클러스터 지정, 우주개발 기반시설 민간 개방, 우주개발 사업에 계약방식 도입, 우주 신기술 지정 및 기술이전 촉진, 우주전문인력양성 및 창업 촉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개발 사업의 계약 방식 도입과 관련, ‘계약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라고 돼 있는 법 조항을 ‘계약 방식으로 한다’라고 강제조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 우주개발 사업 체계는 협약을 통한 연구개발(R&D) 참여 위주로 이뤄져 기업들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R&D방식은 국가 등 개발기관이 기술 소유권을 갖는 데다 기업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직접비만 지급할 뿐 이윤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우주 관련 부서를 통합한 항공우주청(경남 사천)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항공우주청의 명칭을 ‘우주항공청’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주전담기구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직속으로 해 범부처 컨트롤 타워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들이 저마다 우주산업을 키우겠다고 달려들면 주도권 다툼과 중복 투자 등으로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건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