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 여름철 과일 장사의 성패는 수박이 좌우한다. 이마트 전국 점포에서 판매하는 여름철 수박 매출 규모는 월평균 1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과일 담당 바이어들은 수박 하나를 파는데도 소비자 취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업계에선 올해는 ‘더 달고, 더 작은’ 수박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일이 늘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수박의 크기가 커졌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다시 작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1일 이마트의 한 직원이 수박의 크기를 비교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21일 이마트의 한 직원이 수박의 크기를 비교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21일 이마트에 따르면 전체 수박 중 5㎏ 미만 소형 수박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5년 4.0%에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8년엔 17.6%로 늘었다. 반면 8㎏ 이상 중대형 수박 매출 비중은 53.7%에서 37.8%로 줄었다. 1~2인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큰 수박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작은 수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트 과일 바이어들 사이에선 소형 수박을 찾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수박 선호도가 변했다.

지난해 소형 수박 매출 비중은 6.9%로 3년 전에 비해 10.7%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대형 수박 매출 비중은 37.8%까지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3~4인 가족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수박 매출이 다시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또다시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외출이 늘어나면서다. 올 들어 5월까지 이마트의 소형 수박 매출 비중은 13.0%로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 증가했다. 중대형 수박 매출 비중은 18.6%로 쪼그라들었다.

이마트는 소형 수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자 충남 지역 농업기업과 손잡고 핸드볼만 한 크기의 소형 수박 품종 ‘까망애플수박’을 개발하기도 했다. 소형 수박은 대형 수박에 비해 당도가 낮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지만 까망애플수박은 당도를 일반 수박 수준인 12브릭스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올해 최악의 가뭄 등 여파로 수박 가격이 급등해 단위 무게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소형의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수박 상(上)품 한 통의 평균 도매가격은 1만7689원으로 전년 동월(1만4991원) 대비 18.0% 올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